“경쟁자라더니” 사사건건 미국 반대하던 中, 무기는 ‘美 베끼기’ [박수찬의 軍]
글로벌 외교·경제 이슈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정책 기조를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부터 반도체 기술, 국제 통상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동의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후발주자가 선진국을 따라잡는 첫걸음이 모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행보를 무시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실전경험과 기술 개발 노하우가 포함된 미국산 무기를 모방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중국이 자국 환경에 최적화된 장비를 만든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찰기·헬기·군함까지 모방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이 새로 개발한 Z-21 공격헬기로 보이는 기종의 사진이 등장했다.
언뜻 보면 조종석 등에서 미국 AH-64 공격헬기의 흔적이 엿보이는 Z-21은 중국군이 현재 쓰고 있는 Z-20 기동헬기를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헬기와 기동헬기가 일부 계통을 공유하는 것은 미 해병대 AH-1Z 공격헬기와 UH-1Y기동헬기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다. AH-1Z는 UH-1Y 기동헬기와의 호환성이 80%에 달해 최소한의 후속지원만으로도 AH-1Z를 쓸 수 있다.
10t 중량에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 히말라야 등 중국과 인도의 고산국경지대 작전을 두고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Z-20을 토대로 만든 Z-21은 중국군이 기존에 운용하던 Z-10 공격헬기보다 무장탑재량과 비행능력 등이 크게 향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만 상륙작전 시 중국군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정작전에 투입되는 미 해병대는 상륙함에서 정비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함내 공간의 제약으로 정비인력과 부품을 대규모로 갖추기가 어렵다.
따라서 공격헬기와 기동헬기의 호환성을 높여 수리부속 조달과 정비 인력 소요를 낮춰야 한다. AH-1Z와 UH-1Y가 높은 수준의 호환성을 지닌 것도 이 때문이다.
Z-21이 Z-20을 토대로 개발됐다면 호환성도 충분히 갖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 해병대의 공수작전 효율성도 그만큼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개발 중인 KJ-6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미 해군 E-2 항모형 조기경보기와 유사한 기종이라는 평가다.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건조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항모가 광범위한 해역에서 작전활동을 하려면, 멀리 떨어져 있는 항공기도 포착하는 조기경보능력이 필수다.
지구는 둥글다. 따라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항모에서 이륙하는 조기경보기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조기경보헬기를 사용하는데, 헬기는 높은 고도까지 상승하지 못해서 탐지거리가 짧다.
항모 운용이 가능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이 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장거리 대함미사일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고고도 비행이 가능한 조기경보기는 가능한 넓은 면적을 탐지해서 항모를 공중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공중전을 효과적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상당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미국은 국방과학기술과 개념, 이론, 군사력 운용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각종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작된 무기 중 상당수는 UH-60이나 F-16 전투기처럼 전 세계에서 수십년간 쓰일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
냉전 시절 옛소련 기술을 활용하다가 서방 기술을 토대로 군사력 건설을 진행하는 중국으로선 미국의 무기와 기술, 이론을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J-20을 개발한 중국 청두(成都)항공기설계연구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양웨이는 2020년 “J-20은 공중 전투와 제트엔진 개발 등에 있어 미국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중전에 초점을 맞춘 옛소련의 공군 개념과 전천후 작전을 중시하는 미국의 개념은 큰 차이가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작전을 고려하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이론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미래전에 필요한 기술과 무기를 개발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상륙작전의 경우 중국은 강습상륙함과 헬기 등 미 해군·해병대와 유사한 구조를 갖춰가고 있지만, 미 해병대는 전차를 없애고 장거리 타격력을 강화하는 등의 혁신 작업을 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 수준의 혁신적 기술 또는 무기를 중국이 만들지 못한다면 질적 측면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드웨어는 모방할 수 있지만 운용 노하우 등은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미 해군과 유사한 형태의 강습상륙함을 만들었다.
하지만 상륙작전 시 강습상륙함 사용법이나 함에 탑재할 헬기, 상륙주정 등의 장비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상륙함대와 호위함대와의 유기적인 협력방법 등은 복제할 수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미래전 개념과 기술을 개발해야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을 미래전 개념이나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초한전(超限戰)의 사례를 살펴보자.
1999년 발간된 초한전은 ‘제한이 없는 전쟁’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중국처름 후발 국가가 기술적으로 우수한 상대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군사적 수단 이외에도 사이버전과 경제전 등의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고 초한전은 강조했다.
초한전은 출간 직후 서방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서방에 대한 ‘더러운 전쟁’의 청사진”이라는 비난이 많았지만,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이 책을 각각 필독서와 정식 교재로 채택했다. 현재는 초한전에 나온 개념이 세계적 주류가 됐다.
현재 중국의 행보로 볼 때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새로운 국방과학기술과 군사전략 개발을 지속하는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초한전의 사례처럼 중국은 언제든 서방을 놀라게 만들 개념이나 전략, 기술을 내놓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행보를 주의깊게 살펴야 할 이유가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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