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2차 차이나 쇼크”...美中, 전기차발 무역전쟁 불붙나

최유식 기자 2024. 4. 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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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산 전기차·태양전지에
미국·EU, 공동대응 본격화
옐런 “中, 덤핑 상품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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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2024년 4월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광둥 주다오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서 수입되는 값싼 전기차와 태양전지, 2차전지에 대한 본격 대응에 돌입하는 분위기입니다. 과잉 생산으로 인해 중국이 국제 시장에 헐값에 넘기는 ‘덤핑’ 제품을 방치하면 과거 유럽 태양전지 업계처럼 자국 친환경 제조업 기반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거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4월 4일 광저우에 도착해 5박6일 일정의 중국 방문에 들어갔습니다.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에 리창 총리,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측 인사들을 만나 전기차와 2차전지, 태양전지에 대한 보조금 폐지, 자국 내 소비 촉진 등을 주문할 것이라고 해요. 국제 시장에 덤핑 상품을 쏟아내지 말고 중국 내에서 소비하라는 겁니다.

EU 집행위원회도 4월 3일 중국 국유 태양광 업체 룽지뤼넝과 상하이전력그룹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어요.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도 정부 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협상이 불발돼 미국과 EU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 관세 부과에 돌입하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한다면 대규모 무역전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유럽 태양전지 시장 75% 점령

미국과 EU가 대응을 서두르는 건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전지 등이 시세보다 20% 이상 싼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작년 한 해 전기차 판매 대수의 19.5%를 중국산이 차지했어요. 올해는 그 비율이 25%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태양전지는 이보다 더해서 유럽에서 판매되는 태양전지의 97%가 수입품이고, 75%가 중국산이에요. 중국산 저가 태양전지의 공습으로 유럽 태양전지 제조업체는 줄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EU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이렇게 저렴한 데에는 뒤에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봐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저렴한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정책 보조금과 특혜 융자를 쏟아부은 덕분이라는 겁니다. 이로 인해 가격 책정에 여유가 생긴 중국 업체들이 국제 시장에 덤핑 제품을 쏟아내면서 불공정 무역을 한다는 거죠.

장쑤성 쑤저우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중국 업체 비야디의 전기차. /연합뉴스

◇“공급 과잉, 국제시장 덤핑으로 해소”

옐런 재무장관은 3월 27일 미국 태양전지 업체 수니바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를 값싼 친환경 제품 덤핑 무대로 써먹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습니다. 그는 “공급과잉 상태인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흘러드는 걸 우려한다”면서 “중국의 공급 과잉이 국제 상품 가격과 생산 패턴을 왜곡시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의 회사와 근로자가 피해를 당한다”고 했어요. 정부 정책 지원을 등에 업은 값싼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이제 막 투자가 시작된 전 세계 친환경 분야 제조업 생태계가 싹도 피우기 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태양광 패널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면서 “우리의 청정에너지 생산, 일자리, 안정적 공급이 달린 문제”라고 했어요.

옐런 재무장관이 작년 7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가 양측의 주요 의제였다고 합니다. 올 2월에는 제이 샴보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을 찾아 다시 이 문제를 거론했어요. 샴보 차관은 허리펑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국제시장 덤핑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동맹국과 함께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중국 측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중국산 2차전지와 전기차 수입을 막고 있다”고 반박을 했다고 해요.

지난 2월6일 중국을 방문한 제이 샴보 미 재무부 차관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샴보 차관은 이 회담에서 "중국이 전기차 등 덤핑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동맹국과 함께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방치하면 2차 차이나 쇼크”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와 2차전지, 태양전지가 전 세계 경제에 ‘2차 차이나 쇼크’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쳐 값싼 경공업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냈는데, 이걸 1차 차이나 쇼크라고 해요. 값싼 중국산 생필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경공업 중심의 제조업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죠.

미국 내에서는 ‘2차 차이나 쇼크’를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수 진작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EU의 뒤를 따라 중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규제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중국발 2차 차이나 쇼크를 경고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3월3일 기사. /WSJ

◇중 보복 나서면 무역전쟁 불가피

중국도 공급 과잉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일부 업종의 공급 과잉 문제를 도전 과제 중 하나로 꼽았어요.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은 아닙니다.

리창 총리는 3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전기차와 리튬이온전지, 태양전지 등 ‘3대 신품목(新三樣)’의 수출 증가율이 거의 30%에 근접하면서 무역 규모 안정과 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했어요. 수출 효자 상품으로 치켜세운 겁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들어가자 지난 1월 EU산 브랜디에 반덤핑 조사를 결정하기도 했죠.

옐런 재무장관은 온건파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등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인물이 중국 전기차 덤핑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미국 내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으로 보여요. 미국·EU와 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세계 1~3위 경제권 간 대규모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지난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리창 중국 총리. 그는 전기차와 2차전지, 태양전지가 작년 수출구조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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