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누고 가야 도리" 전재산 5000만원 기부하고 홀로 세상 떠난 할머니

이혜진 기자 2024. 4. 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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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선 할머니의 장례에서 조의를 표하는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부산 북구청 제공

세상을 떠날 것을 예감했던 걸까.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며 평생 남의 집 부엌일 등을 하며 어렵게 모은 전 재산 5000만원을 사회 곳곳에 기부한 기초수급자 할머니가 기부 3개월 만에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부산 북구청은 가사 도우미 생활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뒤 지난 1일 부산시 북구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둔 권옥선(86) 할머니의 사연을 6일 전했다. 권 할머니는 생전에 저소득층 학생과 불우이웃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했다. 평생을 걸쳐 모은 전 재산이었다. 할머니는 지난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만덕3동 행정 복지센터, 적십자에 나눠 기부했다.

권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권 할머니는 자신이 겪었던 서러움을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랐고, 이러한 바람을 담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구청 직원에게 “세상 떠날 때는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재산을 기부한 후 권 할머니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달 21일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에도 걸렸다. 그러다 지난 1일 호흡곤란과 심부전으로 결국 별세했다. 권 할머니의 부고를 접한 부산 북구청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시신 인계를 거부하면서 권 할머니는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북구청은 지역의 한 장례식장을 빌려 공영장례로 권 할머니의 빈소를 차렸다. 오태원 북구청장과 북구 직원들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살아생전에는 고독한 삶을 사셨으나, 나눔을 실천하며 보여주신 온기는 우리 사회에 오래 남아 기억될 것 같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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