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자부심 느낀 한마디 "안경에이스야, 부담 없이 던져라", 사령탑 신뢰 속 3G 만에 첫 승 [부산 현장]
사령탑의 신뢰 속에 '토종 에이스' 박세웅(29·롯데 자이언츠)이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장식했다. 모든 면에서 자신감 있게 던진 것이 주효했다.
박세웅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25타자를 상대로 103구를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선발승을 따냈다.
앞서 박세웅은 지난달 24일 문학 SSG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했지만, 30일 사직 NC전에서는 3⅓이닝 9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8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1회부터 3점을 내준 후 급격하게 분위기를 허용하며 만원 관중 앞에서 아쉬운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3번째 등판에서는 달랐다.
초반부터 박세웅은 빠른 카운트로 승부를 보려고 했고, 두산 타자들을 잘 요리하며 성공적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1회 초 4번 김재환부터 2회 초 7번 김인태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고, 이후로도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 박준영을 안타로 내보내고도 병살을 유도했고, 이어 정수빈의 안타와 도루가 연달아 나왔지만 이마저도 잔루로 처리했다.
호투하던 박세웅은 5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 2아웃을 잘 잡았지만 8번 박준영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조수행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쳤다.
박세웅은 6회에도 정수빈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이후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냈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두 타자(강승호-김인태)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위풍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1루쪽 롯데 관중들은 "박세웅!"을 연호하며 에이스의 귀환을 환영했다.
이날 박세웅은 총 103구 중 패스트볼 44구, 커브 25구, 슬라이더 21구, 포크볼 13구를 투구했다. 커브와 포크볼 비중을 높이면서 두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다.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포수 정보근은 "지난 경기에서 피해다니는 투구를 했다"며 "타자들이 공격적이어서 (박)세웅이 형이 볼이 좋으니까 역으로 더 공격적으로 가보자고 했다. 빠지는 볼도 버리고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근은 "확실히 오늘 공이 더 좋았고, 세웅이 형한테 '너무 안 맞으려고 하지 말고 나 믿고 던져라'고 했는데 잘 따라와줬다"고 말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포수 정보근에게 "타자가 못 치는 공보다 투수가 자신 있는 공을 더 많이 던지게 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박세웅 역시 "초반에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타자를 속여서 잡는다기보다 그냥 붙어서 잡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게임에서는 내 구위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제구로서 타자를 잡으려고 했던 게 볼이 되고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구위로 타자를 잡는 투수였다는 걸 다시 되뇌면서 투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박세웅에게 경기 중에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박세웅은 "6회에 올라갈 때 감독님이 '안경에이스야, 가서 부담 없이 던지고 와라'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니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운드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감독님의 한마디가 힘이 됐다"고 전했다.
박세웅은 7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들은 팬들의 환호성에 대해 "오랜만에 들어봤다.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신 만큼 3월을 만회해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드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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