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없는데 분양한다고?…이거 모르면 속는다 [집코노미]
아파트 분양절차 총정리
▶전형진 기자
우리는 아파트에 청약한다고 표현하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선 분양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분양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우선 시행과 시공의 차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건설사가 자기 땅에 자기 집을 지어서 판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비율이 아주 높진 않습니다. 대부분 이 땅을 개발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지어주는 사람도 따로 있죠. 사업의 주인은 땅 주인인 시행자입니다. 재개발, 재건축이라면 조합이 시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건설사는 여기서 시공자, 도급을 받아서 건물을 지어주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세상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건설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하청이죠. 시공자도 큰 틀에서는 시행자의 하청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시공자 혼자 짓지 않습니다. 아래로 기초공사 하는 회사, 철근콘크리트 하는 회사 등등을 부리죠. 창호, 전기, 도장처럼 전공이 하나씩 다 있습니다.
집을 짓는 회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해주진 않습니다. 아파트 건설은 시행자의 사업이고 시공자는 지어주기만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분양 분야에도 대행의 대행의 대대행이 따로 있습니다.
사실 시행자들이 모인 시행사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마다 분양대행사를 끼고 하죠. 사업에 대한 기획과 검토는 자체로 진행하지만 세일즈는 분양대행사에 맡기는 것입니다. 수요조사와 예상 분양가 수준 등등 대전략을 분양대행사가 짜기도 합니다. 분양업무도 대신 하는데요. 우리가 모델하우스 가면 만나는 직원들은 건설사 직원이나 시행사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분양대행사 직원입니다. 물론 미분양이 크게 터지면 대행사 직원들이 우르르 교체되기도 하죠. 분양대행사들은 밑에 광고대행사와 홍보대행사를 두는데요. 본질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업무들이 있다 보니 이를 겸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분양의 구조를 살펴봤고 이제 절차를 짚어보죠. 보통은 아파트가 삽을 딱 뜨면 그때 분양에 돌입합니다. 우리가 아는 선분양 방식이죠. 왜 이렇게 할까요. 일단 수요자 입장에선 아파트가 지어지는 동안 돈을 끌어올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처음엔 계약금만 걸었다가, 다음엔 중도금을 나눠서 내다가, 마지막에 잔금을 치르면서 입주하는 것이죠.
시행자 입장에서도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업을 시작할 때 100냥이 필요했지만 100냥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빌려서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PF죠. 계약금 들어오면 PF 이자 내고, 중도금 들어오면 공사비 내고, 선순환이 이뤄지는 겁니다. 이 프로세스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선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거예요. 청약시장이 가라앉으면 PF 위기가 온다는 게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고를 내고 청약을 받으면 1, 2순위 당첨자들이 나오겠죠. 이 최초당첨자들이 계약을 맺는 걸 정당계약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 팔리면 초기 완판이죠. 그런데 누가 계약을 안 해서 물량이 남았다면 예비당첨자에게 배정됩니다. 국가대표 상비군 같은 거예요. 처음에 당첨자들을 뽑을 때 더 많은 숫자의 예비당첨자들도 뽑습니다.
만약 흥부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정당계약에서 포기했다고 해보죠. 이땐 청약통장이 사용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초당첨자가 아니라 예비당첨자였다면 어떨까요. 흥부에게 순번이 오자마자 포기하면 통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고, 동·호수추첨까지 갔다가 포기하면 사용한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예당까지 돌렸는데도 물량이 남았다면 이때부턴 통계적으로 미분양이라고 봅니다. 각 지자체가 집계하는 월 단위 미분양 통계의 단지별 물량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청약이란 게 시작됩니다. 무순위청약은 이론상 무한으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5가구 남았는데 5명이 청약했습니다. 경쟁률은 1대1이죠. 그런데 여기서 4명만 계약해서 1가구가 남았습니다. 그럼 마지막 1가구를 팔기 위해 또 무순위청약 공고를 내야 합니다. 경쟁률이 1대1을 넘었었기 때문이죠.
반대로 5가구 남았은데 4명만 청약했습니다. 이땐 경쟁률이 미달이죠. 아무도 계약 안 해서 5가구가 그대로 남아도 다시 무순위청약 공고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면 경쟁률이 미달이었기 때문에.
이럴 땐 바로 선착순분양으로 갑니다. 선착순분양은 말그대로 원하는 사람부터 주는 거예요. 임의분양이고 빼뒀다가 누구 줘도 됩니다. 이 단계에서 나오는 단골멘트가 있죠. '회사보유분 특별분양'.
사업자 입장에선 무순위보단 선착순이 팔기 편합니다. 그래서 무순위청약에서 미달이 뜨고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는 곳들도 있어요. 예전에 무순위, 예당 제도가 없을 땐 '죽통작업'도 했습니다. 죽은 통장 작업의 준말입니다.
죽은 통장이란 이 같은 방식입니다. 청약할 때 가점 높은 통장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당첨되더니 막상 정당계약 때는 아무도 계약을 안 합니다. 미리 명의를 사둔 고가점 통장들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을 안 하니까 이게 바로 선착순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그때 가서 원래 팔기로 했던 사람들에게 파는 거예요. 확실한 손님들이 계약률이 높으니까요. 분양시장에 이 같은 편법이 많다 보니 중간에 필터를 만든 게 지금의 예비당첨, 무순위청약 제도입니다.
앞서 착공과 동시에 분양했죠. 그런데 분양승인을 받을 때 사업자가 원하는 만큼 가격이 안 나왔다면 분양을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2~3년 동안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오를 수 있으니까. 그걸 반영하기 위해서 아예 나중에 분양하는 거예요. 이게 바로 후분양입니다. 물론 이 기간의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들만 할 수 있죠. 후분양을 통해 가격을 높게 받아서 완판시키면 사업자 입장에선 대성공이죠. 수분양자 입장에선 분양받고 준공되기까지 시간이 짧으니까 그만큼 자금조달 시간이 다소 빠듯하기도 합니다.
이러는 와중에 아파트는 다 지어졌는데 아직도 안 팔린 물량이 있다면? 이걸 준공후 미분양이라고 합니다. 집을 짓는 동안 수분양자들의 돈을 받아서 그걸로 PF도 막고 공사비도 내야 하는데 집이 다 안 팔렸으면 못 막고 못 냈겠죠. 그래서 준공후 미분양부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됩니다. 팔기 위해서 안간힘을 씁니다. 할인분양도 하고,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같은 마케팅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조직분양이 시작되죠. 영업사원들이 우리를 찾아다닙니다. 이들은 MGM이라고 해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계약을 성사시켜도 받고 모델하우스 방문만시켜도 받습니다. 계약하는 사람에게 일정 부분 돌려주기도 하죠. 과거 인터넷 개통하고 핸드폰 개통하면 현금 주던 것과 똑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분양의 A to Z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앞에 뭐가 하나 더 생겼죠. 사전청약을 구조도에 뿌려보면 위치가 이렇게 됩니다. 삽을 뜰지 안 뜰지도 모르는데 일단 분양을 하는 것이죠. 사전당첨자 입장에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준공 시점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청약홈이 개편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올봄 내집마련을 위해 청약할 땐 이 내용이 소중한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재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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