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A 강등' 고우석 ML행 시동, 美 데뷔전서 1이닝 2K 퍼펙트

윤욱재 기자 2024. 4.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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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 소속으로 미국 무대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한 한국인 우완투수 고우석(26)이 마이너리그 개막전에서 미국 무대 첫 등판에 나섰다.

샌디에이고 산하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 소속인 고우석은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애머릴로에 위치한 호지타운에서 열린 2024 마이너리그 더블A 애머릴로 소드 푸들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9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애머릴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더블A팀이다.

고우석이 미국 무대로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나선 공식 경기였다. 고우석은 샌안토니오가 12-5로 앞선 9회말 구원투수로 나섰다.

선두타자 A.J. 부코비치와 맞선 고우석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어 J.J. 디오라지오를 6구째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아웃카운트를 수확한 고우석은 네이피 카스티요에게 볼카운트 1B 2S에서 4구째 던진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삼진 아웃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1이닝 퍼펙트로 막은 고우석은 탈삼진 2개가 인상적이었다. 투구수는 16개였고 그 중 스트라이크는 10개였다.

경기는 샌안토니오의 12-5 대승으로 끝났다. 샌안토니오의 선발투수로 나온 애덤 마주르가 5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으면서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애머릴로의 선발투수는 대만인 좌완투수 린위민으로 지난 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와 결승전에 대만 대표팀 선발투수로 출격했던 선수다. 당시 린위민은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에 일격을 가했고 결승전에서 다시 한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패전투수에 이름을 남기고 말았다. 한국은 선발투수로 나온 문동주가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2-0으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는 더블A에서 출발한 린위민은 이날 3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은 비록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새 시즌을 열었지만 메이저리그로 향하는 관문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다. 고우석이 이날 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것처럼 더블A 무대에서 미국 야구 무대에 적응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이어간다면 머지 않아 메이저리그 무대도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고우석은 오랜 기간 LG 트윈스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지난 해에는 부상 여파가 있어 44경기에 등판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는데 만족했지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직접 잡으며 '헹가래 투수'로 틍극했고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고우석은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는데 LG 구단의 동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었다. 마침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허락, 고우석의 미국행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한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5차례 등판했으나 1패 평균자책점 12.46으로 부진하면서 개막 로스터 진입에 물음표를 남겼다. 고우석이 처음으로 시범경기 무대에 선 것은 지난달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로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으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첫 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래도 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무난한 피칭을 이어갔으나 11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⅓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벤치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고우석은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서는 1이닝 퍼펙트로 막으며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고우석은 스페셜 매치 참가를 위해 서울까지 날아왔지만 끝내 개막 로스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연합뉴스
▲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46으로 부진했고 LG와의 스페셜 매치에서도 홈런 한방을 맞는 등 1이닝 2실점으로 고전했다. ⓒ연합뉴스/AP통신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15일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서울로 날아왔고 고우석도 김하성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20~21일에 열린 LA 다저스와의 정규시즌 개막 시리즈에 앞서 국내팀들과의 스페셜 매치에 나선 샌디에이고는 18일 LG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9회말 고우석을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샌디에이고가 5-2로 앞선 상황. 그러나 고우석은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를 밟았음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볼카운트 1B에서 던진 2구 94마일(151km) 포심 패스트볼이 중전 안타로 이어져 어렵게 출발한 고우석은 대타로 나온 신인 외야수 김현종을 87마일(141km)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한숨을 돌렸으나 대타로 나온 거포 외야수 이재원에게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95마일(153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것이 좌중월 2점홈런으로 이어져 망연자실을 하고 말았다. 공이 한복판으로 몰리면서 장타로 이어졌다. 고우석의 추가 실점은 없었고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5-4 승리로 끝나면서 고우석이 세이브를 따냈지만 쑥스러운 세이브였다. 결과는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2실점.

결국 고우석은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샌디에이고는 20일 서울시리즈에 출전할 26인 개막 로스터를 확정했고 고우석의 이름은 없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투수 13명을 개막 로스터에 집어 넣었다. 자니 브리토, 다르빗슈 유, 엔옐 데 로스 산토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마이클 킹, 스티븐 콜렉, 조 머스그로브, 로버트 수아레즈, 랜디 바스케스, 톰 코스그로브, 마쓰이 유키, 애드리안 모레혼, 완디 페랄타가 이름을 올렸다.

당시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이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한 이유로 "고우석에게 어려운 시간이 됐을 거다"라면서 "투수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불펜에서 투구하는 것을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빌드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개막하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될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쉴트 감독은 "(고우석에게) 계속 열심히 노력하라고 전했다.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 AJ 프렐러 단장과 대화하면서 고우석에 대해 캠프에서부터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개선할 점은 있다. 최선의 컨디션을 찾는다면 다시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고우석은 "감독님이 '잘 준비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면서 “예상을 못하고 도전한 것도 아니고,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잘 준비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보완해야 할 점으로 "모든 부분"이라고 답한 고우석은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라고 좌절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런데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최상위 단계인 트리플A가 아닌 더블A로 향했다. 개막 로스터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선수인데 왜 더블A로 향한 것일까. 샌디에이고 지역 유력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1일 "고우석은 마이너리그에서 뛰기 위해 더블A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는 그가 굳이 타자 친화적인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환경에서 싸울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라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팀인 엘 파소 치와와스는 퍼시픽코스트리그 소속으로 '타고투저' 성향이 짙은 리그에 속해 있다. 굳이 고우석을 '타고투저'인 리그로 보내 험난한 길을 걷게 하는 것보다 더블A에서 컨디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아무래도 마이너리그라도 선수 입장에서는 성적과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는 그보다 정확히 어떤 컨디션을 유지하는지 관심이 더 크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트리플A가 아닌 더블A로 보낸 이유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고우석이 스페셜 매치에서 친정팀 LG 트윈스를 만나 역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홈런 한방을 맞고 쑥스러운 세이브를 따냈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고우석이 LG 트윈스와의 스페셜 매치에 구원투수로 출격해 투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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