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서울대 의대→KAIST…스타트업 뛰어든 과학 영재들
[편집자주] 정부와 의사단체의 정면 충돌 틈바구니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국정과제가 있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던 '의과학자 양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 'K-방역'이 주목받았지만, 감염병의 게임체인저는 미국·유럽의 백신이었다. 의료 서비스는 앞섰지만 의학은 뒤처진 한국이 의과학자를 주목한 계기다. 그러나 연 2000명 의대 증원에 의과학자 몫은 없다. '임상과 연결된 의과학' 언급은 현상 유지와 다름 아니다. 의료개혁 막판 협상에 의과학자 양성이 다뤄져야 할 이유다.

"'의과학자는 장래가 없다'지만, 그 '장래'가 되고 싶어요. 의과학 연구의 길을 택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와야 미래 세대도 꿈을 꿉니다."
소위 '정석' 엘리트 코스를 밟고도 '비인기 종목'을 택한 의과학자들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 과학고를 졸업해 의대로 진학, 대학병원에서 내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등 진료를 봤던 의사(MD)들이다. 이들은 현재 인간의 모든 유전자 서열을 완벽히 분석해 암·희귀질환 등의 진단법을 만드는 의과학자로 변신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이노크라스(INOCRAS) 한국 본사에서 세명의 의과학자들을 만났다.
내과 레지던트 4년 차 시절, 이 CIO는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아이의 유전체를 분석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마침 주영석 이노크라스 공동창업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최초로 한국인의 전장유전체를 해석해 세상에 내놨을 때였다. 이 CIO와 주 교수는 한 달간 분석에 돌입해 희귀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실마리를 끝내 알아냈다. 그는 "당시엔 희귀병 환자 1명에게 도움이 됐지만, 언젠간 누구나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2020년 설립한 이노크라스는 개인의 전장유전체(WGS·whole-genome sequencing)를 분석해 암, 희귀질환 등의 유전적 요인을 알아내는 '유전체 진단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암세포 표적치료제 반응 예측이 대표적이다. 암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특정 암 환자의 DNA를 뽑아 염기서열을 분석, 특정 표적 치료제를 투여해도 무방할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전체의 특정 부분만 들여다보고 치료제의 반응을 예측하는 '타깃 시퀀싱 패널(Targeted Sequencing Panel)'이 널리 활용됐다면, 이들은 유전체 전체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WGS 원천기술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고 왔다.

고준영 희귀질환 디렉터는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여 WGS 기술의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하지만 유전체 분석 기술을 실제 암 치료 등 헬스케어산업과 접목하는 데는 우리가 앞설 수 있다. 기업은 시장원리로 움직이는 만큼, 의료계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CIO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이면서, 그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왜, 어떻게 필요한지 정확히 아는 '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 디렉터는 "의과학자란 별칭을 붙일 필요도 없이, 양쪽의 현장을 오가며 '차세대 기술력은 어디서 나올까'를 고민하는 연구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이렇게 좁은 국내에서 '연구하는 의사'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백록 CPO(최고제품책임자)는 "의과학자가 학교 밖 일자리를 찾기 힘든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애써 의과학자를 키워내도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 CIO는 "그래서 우리가 먼저 산업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과학자의 길에는 장래가 없다지만, 그 '장래'가 되고 싶다. 의과학자의 길을 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웰컴트러스트 재단의 후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유전체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영국 생어연구소처럼, 언젠가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소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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