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조심판? 검사 출신 윤석열·한동훈 '주특기' 나왔다"

CBS 오뜨밀 2024. 4. 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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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조 심판" vs 야당 "정권 심판" 구도
기존 대부분의 총선은 '안정론' vs '견제론'
창조경제·소주성 같은 키워드 없는 尹정부
국회 이전 등 의제 던져도 반향 못 불러와
한동훈, 검사 '주특기'로 양문석 대출 비판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 심판론 구실 제공
여야 모두 문제? 결국 민생이 표심 가를 것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22대 국회의원 선거,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는 정권 심판론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심판하자는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 심판론에 대해 김민하 평론가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여야 모두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네요.


◆ 김민하> '정권 심판' 대 '이조 심판'이죠. 여기서 '이조 심판'은 이재명 대표하고 조국 대표를 말합니다. 국민의힘,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심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 채선아> 총선에서 서로를 심판하자고 하는 게 일반적인 구도인지 궁금해요.

◆ 김민하> 임기 중반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부각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또 여당이 야당을 심판하자는 취지의 프레임을 갖고 나오는 것은 사실 저는 처음 봅니다. 보통은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자고 주장하는 경우는 많은데, 거기에 대해 여당은 안정론을 꺼내서 견제론과 안정론의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역대 총선 결과는 대체로 견제론 대 안정론의 대결 구도 속에서 안정론이 우세했습니다.


◇ 채선아> 임기 말이 되면 좀 바뀌나요?

◆ 김민하> 임기 말이 가까워지면 정권 심판론이 우세해질 수도 있는데, 주로 대선이 그렇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권 심판론이라고 하면 195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신익희 대통령 후보, 장면 부통령 후보가 있죠. 구호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 였습니다.

지방선거에서는 일종의 정권 심판론이 작동한 사례가 이전에 꽤 있었습니다. 지방선거에서는 구청장이라든가 시장을 바꾸면 행정 권력이 바뀌면 그 시군구에서는 행정 권력이 교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심판론이 작동할 수 있죠. 하지만 국회의 구성을 바꾸기 위해 정권 심판론이 나오고, 또 이것이 지배적인 구도가 된 건 특이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채선아> 과거 사례를 보면 여당이 안정론을 들고나왔어야 하는데 왜 '이조 심판론'을 들고나온 걸까요?

◆ 김민하> 정권 심판론이라는 게 여당에 대한 견제론의 강한 유형인 거잖아요. 이 견제론이 나왔을 때 과거의 총선 구도 같으면 여당이 안정론으로 대응했을 겁니다.

◇ 채선아> 지금 임기 중반이기도 하고요.

◆ 김민하> 보통 안정론을 주장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야당이 발목 잡지 마라'. 그리고 '여당이 지금까지 가져온 구상을 실현할 기회를 줘라, 힘을 모아 달라'는 논리죠. 그렇기 때문에 일꾼이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이게 일꾼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풀려면 '우리가 뭘 하겠다'라는 게 분명해야 합니다.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힘을 쏟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이걸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윤석열 정권의 경우 이 '그랜드 디자인'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상태입니다.


◇ 채선아>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 경제' 이런 언어로 많이 얘기가 됐었고, 문재인 정부 때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설명이 되잖아요.

◆ 김민하> 이명박 정권 때도 '747 공약'이나 '녹색 성장'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하면 '성장을 할 것이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할 것이다'라는 느낌이 있었잖아요. 또 문재인 정권 때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을 얘기했으니 분배에 힘을 쓰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출발을 했는데 이 구호는 '반 문재인'에 가까운 구호지 그 이상의 비전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정론을 통해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 채선아> 계속 반문재인 구도로 갈 수는 없잖아요. 그 구호를 외치면서 뭐라도 만들어내면 안 되나요?

◆ 김민하> 대통령도 검사 출신이고 또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검사 출신이잖아요. 미래를 준비하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잘못을 잡아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더 익숙한 직업이 검사잖아요. 가령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근 던진 다른 의제들을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고 얘기했는데요, 이 얘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 채선아> 이미 나왔던 얘기이기도 했잖아요.

◆ 김민하> 사실은 민주당이 더 열심히 주장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또 완전 이전을 얘기하려면 이전을 통한 효과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강조했던 건 이제는 서울을 다 개발할 수 있다는 거였거든요. 이게 매끄럽게 연결이 안 됩니다. 또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품목의 부가세를 인하하겠다는 카드도 던졌는데, 부가세를 인하하면 물가가 잡히는 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세수 펑크가 상당하지 않을까, 또 법을 바꿔야 될 텐데 본회의는 언제 여나, 이런 질문들이 나오죠.

이런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설명을 하면서 이슈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정치적 능력인데 그걸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범죄 얘기를 하면 귀에 쏙쏙 박힙니다. 예를 들면 양문석 후보의 부당대출 논란이 지금 있잖아요.


◇ 채선아>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몇 년 전 아파트를 구입할 때 딸 명의로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논란이었어요.

◆ 김민하> 원래는 주택담보대출을 못 받는 아파트였는데 구입하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딸 명의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논란이 터진 직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렇게 얘기했어요. '이것은 결과적으로 서민을 착취한 거나 다름이 없다. 대출을 편법으로 받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진짜 필요한 대출을 못 받았을 수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이런 범죄자들 때문에 법을 지키고 사는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그런 사람들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이 검사들이 어떤 범죄를 기소해서 법정에서 이 범죄가 얼마나 심각하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피해자들의 눈에 눈물이 나는 범죄인지 설명을 하는 공소 제기의 논리를 얘기할 때 쓰는 방식을 연상시키죠. 이게 사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특기입니다. 그러니까 이조 심판론은 같은 형식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검사 출신들이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채선아> 왜 콕 집어서 이재명, 조국이라는 대상을 잡은 건가요?


◆ 김민하>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조 심판론을 펼치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이면 이런 프레임을 제기하기 어려웠겠죠. 이재명 대표도 지금 계속 재판에 출석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대표도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이 지금 2심에서 선고가 된 상황이니까요. 대법원에서 이게 확정이 되면 사실상 정치 활동이 어려워지겠죠. 주요 야당 대표들이 이렇게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에 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검사 출신이 이끄는 당 세력이 봤을 때는 이런 게 좋은 구실이 되는 거죠.

◇ 채선아> '정권 심판' 대 '이조 심판' 상황에서 여론의 추이를 보면 정권 심판 쪽이 좀 더 높은 것 같아요.

◆ 김민하> 물론 여론조사마다 방법론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종합을 해보면 대체로 정권 심판론이 이조 심판론보다는 우세한 것으로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정권 심판론이 더 크게 여론에 호응할 것이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조 심판론에 더 끌리겠죠. 그러면 중도층 여론이 중요한데, 중도층 내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훨씬 더 우세한 걸로 나오는 여론조사들이 다수입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첫째로 최근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사퇴한 이종섭 대사 논란의 영향이 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논란도 있죠. 야당 지지자들이 '왜 양쪽에 똑같이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수사하고 너는 수사 안 해'라는 식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름대로 방어막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정권 심판론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도층이 볼 때는 '이쪽도 문제가 있고 저쪽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민생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결국 내가 총선에서 누구에게 표심을 어떻게 행사할 건지는 '내가 먹고 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되는데 그 책임은 현 집권세력에게 묻게 되는 거잖아요. 특히 최근에 고물가나 이런 것들이 상당히 우리를 힘들게 하지 않습니까?

◇ 채선아> 지금 심각한 수준이니까요.

◆ 김민하>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정권 심판론이 커진 상황이죠.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것 같다면 마음을 달리 해볼까 싶을 수도 있을 텐데 최근 대국민 담화 등을 보면 바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정권 심판론 기류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채선아> 이렇게 정치 세력들이 서로 심판을 내세워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을 어떻게 보면 될까요?

◆ 김민하> 안 좋게 봐야죠. 냉정하게 얘기해서 선거라는 게 '우리가 뭘 하겠습니다'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인데, 심판론은 서로를 헐뜯으면서 나쁜 점을 꼬집으며 경쟁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경쟁했을 때 유권자들은 어떤 세력이 어떤 이유로 나쁘다는 건 알지만, 그럼 다른 쪽에게 표를 줬을 때 뭘 하겠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 채선아> 표를 줄 이유를 못 찾는 거죠.

◆ 김민하> 또 이런 정치에 유권자들도 익숙해지고 정치 세력들도 익숙해져요. 지금도 잘 보면 공약이 뭔지 생각이 안 나잖아요. 그리고 공약을 실제로 뜯어보면 정부가 책임 있게 무언가를 하겠다고 내놓은 거라기보다는 돈을 풀겠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공약에 그친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공백을 지금 심판론이 메꾸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 좋은 정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심판론에 기대는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다고 매번 선거 때마다 얘기하는데, 정말 이번만은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심판론에 대해 김민하 평론가와 살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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