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지컬:100 시즌2' 정지현 "손석구, 재능 있는 레슬러" (인터뷰②)

'피지컬:100 시즌2' 출신 정지현 단독 인터뷰
금메달리스트의 이력, 부담감은
유튜브로 공개한 손석구과의 깜짝 인연
"손석구, 운동선수의 눈과 심장 가져"

지난 4일 정지현은 정지현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본지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 시즌2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 제공

강자의 강자들이 모인 '피지컬:100' 시즌2에서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정지현이 '집념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전·현직 국가대표 비중이 지난 시즌보다 월등하게 높아지면서 생존 난이도도 낮아졌지만 정지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명성처럼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다.

본지는 지난 4일 정지현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체육관을 찾았다. 그가 출연한 '피지컬: 100'은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컴피티션 예능이다. 1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후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시즌은 공개 2주 만에 2년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달성했다. 또 87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날 정지현은 가족들의 '피지컬:100' 시즌2 시청 후기를 전하며 "얼마 전에 아내가 8, 9회를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봤는지 모르겠다.(웃음) 자식들에겐 실제로 엄한 아빠다. 버릇 없는 것을 못 참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저부터 노력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피지컬100:' 시즌2에 임했을까. 앞서 시즌1을 모두 시청한 정지현은 자신감보단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녹화 첫 날 토르소를 모아놓은 장소에 발을 디뎠을 때를 떠올린 그는 "입장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견제보단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정지현의 목표는 처음부터 우승이었다. 이는 선수 생활부터 형성된 습관이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면 그만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각오는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것이다. "그릇은 생각하는 만큼 정해진다"라고 강조한 정지현은 선수 생활이 있었기에 '피지컬:100' 시즌2 참여 당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4일 정지현은 정지현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본지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 시즌2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제공

사전 퀘스트인 무동력 트레드밀 달리기는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에게도 생소한 체험이었다. 그는 "트레드밀을 보고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생소한 기구다. 크로스핏 체육관에서나 볼 수 있다. 몇 번 타보긴 했는데 요령이 없어서 페이스를 맞추기 어려웠고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동현이 형도 처음 뛰는 거와 마지막이 정말 다르다. 그만큼 자기 능력의 120%를 발휘했다"라고 말했다. 답변을 하는 동안 정지현은 "저는 90%를 발휘했다. 그 다음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전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목표는 10등이었는데 자신이 없어서 타협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 경기는 '피지컬: 100' 시그니처인 공 뺏기로 장애물, 수중, 케이지 3곳의 경기장에서 데스매치가 펼쳐졌다. 레슬링 선수에겐 유리한 게임이었다. 정지현은 공 뺏기 게임에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직접 상대를 골라야 하는 순간 도전 정신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쉬운 상대를 골라서 무난하게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체급 차이가 많이 나는 이를 선택해 명장면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오롯이 앞만 보고 달리는 평소 성격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전 단 한 번도 포기를 한 적이 없어요. 성공해 낼 때까지 앞만 보고 가는 마음가짐과 습관이 방송에 잘 담겼습니다. 제가 첫 번째 팀장이 된 미로 게임에서 작전을 잘못 세웠을 땐 상실감이 컸습니다. 마치 올림픽에서 떨어졌을 때만큼의 충격이었죠. 게임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너무 괴로워서 속이 쓰릴 정도로 멘탈이 다 나갔습니다."

제작진은 탈락자들을 다시 호명해 경기장으로 집합시켰고 패자부활전을 알렸다. 정지현은 "그때 하늘이 제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무조건 살려야 했다. 누구보다 간절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기둥을 봤을 땐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둥켜안고 표식을 차지하는 종목이 제겐 유리했다"라고 전했다.

'피지컬:100' 시즌2에 나온 후 유튜브 채널과 SNS 팔로워가 급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정지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배우 손석구가 깜짝 등장, 반가운 얼굴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인연을 묻자 정지현은 "운동하는 후배가 마동석씨를 소개해 줬는데 자신의 후배가 레슬링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게 바로 손석구였다. 이후 손석구한테 연락이 왔고 제 체육관에서 레슬링을 배우는 중"이라면서 "손석구는 몸을 잘 쓴다. 피지컬이 좋고 근육의 형태가 좋다. 금방 만들어지는 몸이다. 제가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더 넘을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가르치는데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깬다. 승부사 기질이 있다. 운동할 땐 눈이 변한다. 운동선수의 눈, 심장이 있다. 재능이 있고 센스가 좋다. 보통이 아니다. 운동을 했어도 잘했을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지현의 올해 계획은 지난해 개관한 체육관 활성화다. 인테리어 사기를 당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체육관을 오픈했다. "이제야 사회인이 됐네요. 큰 가르침을 받았고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