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영화값 500원 싸진다" 현실성 없는 공약 남발에도 언론은 '받아쓰기'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선거철이다. 각종 현실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이 난무한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최고의 빌공자 공약은 예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747 공약'이다. '747 공약'이란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 세계 7위권 경제 대국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2024년 현재까지도 국민소득 4만 불은 달성이 안되었다. 그런데 만약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전하는 언론기사 제목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7% 달성한다” 또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 된다”라면 어떨까? 이런 농담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영화표, 전기료 등에 붙는 부담금을 폐지, 감면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영화관람료에 포함된 입장권 부담금 3%를 폐지하겠다고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발표했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언론기사의 제목은 “영화값 500원 싸진다”였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첫째,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영화값에 포함된 부담금 조정 권한은 국회에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사항이다.

둘째, 국회가 부담금을 없앨 수 있어도 영화값을 내릴 권한이 없다. 영화값을 정할 권한은 상영관에 있다. 국회가 부담금 500원을 내려도 영화값을 100원 내릴지, 200원 내릴지는 상영관이 정한다. 부담금 인하가 영화값 인하로 이어질지 아니면 상영관 수익 증대로 이어질지는 상영관이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부담금 인하의 일부는 영화값 인하가 되고 일부는 상영관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경제 이론과 실제를 보면 공급자가 독과점이라면 부담금 인하의 열매를 자신이 누릴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영화관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의 독과점 체제다. 부담금 인하의 상당부분은 상영관 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줄어드는 부담금도 500원이 아니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1만5000원 평균 영화값을 기준으로 계산했다고한다. 그런데 1만5000원×3% 부담금은 500원이 아니라 450원이다. 그리고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각종 할인 혜택을 포함한 파묘 1인 관람료는 평균 9644원이라고 한다. 실제 평균 부담금은 289원이다. 이중, 절반이 극장 이익증대, 절반이 소비자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고 하면 실제 가격 하락은 100원 내외일 뿐이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총선 직전 “영화값 500원 싸진다” 정부 보도자료 맞나]

다만, 전기요금이 인하된다는 기사는 맞다. 전기요금에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3.7%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법개정 사항이 아니라 국회 논의 필요 없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임의로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전기요금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으니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비율을 낮추면 그만큼 전기요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 3인 가족 평균 전기요금은 약 5만원이다. 정부안 대로 인하하면 올해는 매월 250원 정도, 내년부터는 500원 요금을 덜 내게 된다. 영화값이 500원이 내려간다는 기사는 틀리지만 전기요금은 500원 내려간다.
그러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낮췄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도 같이 충실히 설명했으면 한다. 기후위기, 탄소중립이 강하게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전력산업기반 기금은 기후위기를 막는 매우 중요한 재원이 된다. 그리고 영화 부담금, 전기요금 부담금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해외진출지원, 독립영화지원, 영화아카데미 운영 등에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2023년에도 일반회계에서 800억 원이 지원 되었다.
즉, 부담금을 내려서 극장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 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게 되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전기요금 부담금은 내려도 기후위기에 돈은 써야 한다. 전기요금 인하 효과는 일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과 사람이 보고 기후위기에 써야할 돈은 세금을 내는 우리 모두가 짊어지게 되는 구조다.
마찬가지 논리는 최근 한동훈 위원장이 말한 가공식품 부가가치세율 한시 인하 공약에도 적용된다. 부가가치세율을 내려도 식품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공식품 업자의 이익으로 귀착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역시 법 개정 사항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기획재정부가 한 위원장의 부가세율 인하를 '긍정 검토'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긍정 검토한다고 밝힌 바가 없다. 한 위원장이 “기재부의 긍정 검토를 기대”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여당이 기재부에게 검토를 하라고 말하면 기재부는 “검토조차 안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즉, 기재부가 '긍정 검토'를 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검토하겠다는 기재부의 말도 뉴스거리가 안 된다.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처럼, 여당이 검토하라면 그러겠다고 대답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에 정말 가공식품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 구태여 법개정까지 하지 않아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단순가공식품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아예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한다. 또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시행령으로 높여서 부가가치세 실질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당장도 가능하다.
이렇게 정부와 여당이 의지만 있으면 당장 부가가치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현실에 존재하는데 구태여 현행 법규정은 물론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 체계에도 맞지 않는 5% 저세율 카드를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법개정이 되려면 총선 이후, 원구성 이후 빨라야 6월이나 7월이다. 그 때쯤이면 농산물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이유를 탐구하는 언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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