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리 비싸노” “물가가 미쳤당게” “선거 뒤가 더 걱정”

정혁준 기자 2024. 4. 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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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
깡통·양동·경동시장 르포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모습. 한 단에 3천원 하는 대파가 진열돼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치인들은 시장을 자주 찾는다. 서민 경제의 중심지인 시장에서 민심을 체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뒤인 지난해 12월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10대 기업 총수를 데리고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월5일 설날을 앞두고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갔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들 정치인이 간 곳을 다시 찾았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값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과 ‘프루트플레이션’(과일값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 ‘금대파’, ‘금사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한 물가는 4·10 총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 상인과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6일 재벌 총수들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에 방문해 분식을 먹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 뿌리 주까예? 875원 대파가 어디 있는교?”

지난달 28일 오후에 찾아간 부산 부평깡통시장. 인접한 국제시장·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통한다. 부평깡통시장은 대한제국 말기였던 1910년 6월에 생긴 국내 최초의 공설시장(쉬는 날 없이 매일 영업)이다. 원래 이름은 부평정 시장이었으나, 한국전쟁 뒤 피난민들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캔 제품을 이곳에서 갖다 팔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서서 떡볶이·튀김을 먹은 분식집을 찾았다. 떡볶이를 주문했다. 1인분에 5천원이었다. 대파가 보일 듯 말 듯 고명으로 올라온 쌀떡볶이였다. 이곳 떡볶이 가격은 2022년 3천원, 2023년 4천원, 2024년 5천원으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니,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1%)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서민 음식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셈이었다. 비빔밥이 5.7%로 가장 높았고, 떡볶이가 5.3%로 그다음이었다. 이어 김밥(5.3%), 냉면(5.2%), 구내식당 식사비(5.1%), 햄버거(5%) 차례였다. 39종 중 가격이 내린 건 없었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옆자리의 50대 여성은 빈대떡을 먹고 있었다. 여성이 “여기, 대통령이 왔다 갔는갑네. 대통령이 왔다 간 뒤에 매출 많이 올랐는교?”라고 묻자 점원은 “매출이 다섯배 정도 올랐다 카데예”라고 답했다. 여성이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찾아올 끼고, 싫어하는 사람은 안 오겠네” 하자 옆에 있던 손님이 “대통령보다 ‘쉿’ 하던 이재용이가 더 인기였지예. 이재용이 때문에 많이 안 왔겠는교”라며 웃었다.

깡통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지나다 대파를 보고 있으니, 주인이 “한 단에 3천원!”이라며 구매를 권했다. “혹시 875원 대파를 살 수 있어요?”라고 묻자, 주인은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한 뿌리 주까예? 875원짜리가 어디 있는교!”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옆 가게 주인이 “대통령이 875원에 샀다고 그라는 갑지예. 그건 마, 대형 마트에서 산 기라예” 하며 거들었다.

시장 보러 나온 주부 김희선씨는 “올 1월만 해도 귤 한 박스에 1만원 정도 했는데, 2월 들어서는 3만원으로 올랐다 아입니까. 귤만 오른 게 아니라 사과도 오르고, 배도 올랐어요. 시장에 금사과, 금배가 천지삐까리(‘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예. 정부는 물가는 안 잡고 뭐 하는지 모르겠어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청과물 가게에 들러 “장사는 잘되시나요?”라고 묻자 “안됩니더, 안돼예. 코로나 때보다 더 안됩니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과 한개 값은 굵기와 맛에 따라 달랐지만, 싼 건 2천원, 비싼 건 5천원 정도였다. 주인은 “사과가 비쌌을 때 한개에 9천원까지 올랐어예”라며 “손님들이 ‘와 이리 비싸노’ 하는데예, 내가 일부러 비싸게 판다꼬 하면 사람들이 사겠는교. 산지에서 비싸니까 나도 거기에 맞춰서 파는 거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은 50여년 동안 이곳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장사가 안되는 때가 없었다고 했다. “집에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4시에 밥 묵고, 새벽 5시에 시장에 와서 저녁 8시까지 장사하지예. 집에 들어가면 밤 9시라예. 물가가 내리야지 사러 오는 사람도 많을 낀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루 매출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하루 10만원도 안 될 때가 많지예. 인건비도 못 벌고 있다 아입니까.”

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고물가 현상은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물가가 높은 게 다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더. 아무리 대통령이라 캐도 사과값이나 대파값을 어째 다 관리할 수 있겠습니꺼. 9시 뉴스를 보니까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하데예. 세계에서 물가가 다 오르는데 우리나라만 안 오를 수 있겠는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 폭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양동시장. 1940년에 문을 연 이곳은 호남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홍어의 90%가 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 안에 있는 하나분식.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후보자 신분으로 찾아 국밥을 먹었던 곳이다. 이후 정세균·이낙연·김동연·박용진 등 정치인 여럿이 이곳에서 국밥을 먹었다. 이재명 대표도 올해 설날을 앞두고 여기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서 그가 먹었던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9천원이었다. 많지 않은 대파가 고명으로 올라왔다.

시장 한쪽의 방앗간에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났다. 참기름·들기름 짜는 걸 기다리는 손님 네댓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물가 얘기를 꺼내자 60대 주부가 “오메! 과일 하나도 못 사 먹을 정도로 물가가 미쳤당게요. 전부 다 올랐지라”라며 까만 비닐봉지를 쑥 내밀었다. 봉지 안엔 파인애플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과일값이 너무 비싸 사과를 몇번씩 들었다 놨다 했지라. 그러다 내 생전 처음으로 이걸 샀당게. 이게 크기는 사과보다 큰데 값이 더 싸지라.” 4천원짜리 파인애플이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니,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8월부터 3%대로 오른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떨어졌으나 2~3월 연속으로 3%대를 이어갔다. 물가를 들썩이게 한 건 과일이었다. 사과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88.2% 올라 2월(71%)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배도 87.8% 올라 조사가 시작된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귤(68.4%) 등도 크게 뛰면서 과실물가지수는 40.3% 올랐다.

방앗간에 있던 주부들이 이른바 ‘금대파’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는 지난 설에 대파 한 단을 9천원 주고 샀는디.” “나는 설 무렵에 한 단에 만원이나 줬당게.” “대통령이 큰 마트에 가서 한 단에 875원에 샀다는디, 다 속임수랑게. 정부랑 농협에서 보조해서 그렇다는데, 그런 돈이면 서민들이 가는 시장에 풀어야제.” “875원이면 나는 100단도 더 사요. 보조하려면 시장에 보조를 해줘야지. 물가가 미쳐부렀당게. 정부는 시방 뭐 하고 있다요, 염병….”

가장 많이 오른 게 뭐냐고 묻자 목소리가 더 커졌다. “모든 게 허벌라게 올랐지라. 안 오르는 게 없당게.” “정부가 살림을 못해서 그라제. 있는 사람은 비싸도 사 먹지, 서민만 다 죽어나간당게.” “야당도 잘해야제. 야당이 힘을 못 쓰고 있당게.” 주부들이 혀를 끌끌 찼다. 방앗간을 나오는데 이 말이 귓가에 선명히 남았다. “인자, 선거 끝나면 더 올라갈 것이요. 선거 끝나면 신경도 안 쓸 거니게.”

채소 가게를 찾아 기자라고 하니 “할 말이 많다”며 안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삼영씨였다.

“대통령이 잘해야제. 맨날 외국에 순방 갔다가, 선거 앞두고 민생 챙긴다고 대형 마트 가서 ‘대파값이 합리적’이라고 해불면 다들 생쇼라고 생각하제. 인자는 사람들이 그게 쇼라는 걸 다 알아부러. 물가 챙긴다고 봐주는 국민이 있간디. 그니까 지지율이 뚝뚝 떨어져불제. 문재인 정부 때는 그나마 시장에 보조금도 주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정책이 전혀 없잖아. 그니까 상인들이 불만이 많제. 물가 다스리는 기술도 부족허고….”

그는 하루에 100만원 이상 팔아야 가겟세 내고 한달 수익이 200만원쯤 된다고 했다. “근디 하루에 50만원도 못 팔아. 이 근처 가게 모두가 적자랑게.” 그의 한숨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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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시장 와서 사진 찍히면 물가 잡히나”

지난 2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경동시장. 서울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1960년부터 한약재를 사고파는 상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청량리역 주변에 모여들면서 생겼다. 서울약령시와 청량리시장과 맞붙어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올해 설을 앞두고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이곳을 찾아 번데기와 어묵을 사 먹고, 생닭과 밤, 황태포를 샀다. 한 위원장이 갔던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찾았다. 2022년 12월 경동시장 본관 건물에 들어선 이곳은 옛 경동극장 자리를 개축한 것이다. 이 매장에서 커피·굿즈가 팔리면 1개당 300원씩 경동시장 상생기금으로 적립된다. 한 위원장은 시장과 기업의 상생 협약을 강조하려다, “여기가 서민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다”라고 말해 ‘서민 무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쌉싸래한 한약재 향이 나는 시장에 자리 잡아 그윽한 커피 향을 풍기는 이곳은 이채로웠다. 여기서 만난 주부 최혜민(42)씨는 “정치인들이 민심을 잡는다며 전통시장을 자주 찾죠. 시민들은 그렇게 좋게 보지만은 않아요. ‘서민 코스프레’ 하는 것 같아서요. 물가라는 게 시장에 와서 사진 찍고 간다고 잡히지 않잖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파 한 단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지만, 서민에겐 현실이에요. 대파값이 너무 올라 남편에게 라면에 대파를 넣지 말라고 할 정도니까요”라며 씁쓸해했다.

이곳에서 나와 생닭 가게로 향했다. 한 위원장이 차에 타면서 검은 비닐봉지에서 맨살을 반쯤 드러낸 생닭을 치켜들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영상을 보면, 한 위원장은 생닭 비닐봉지를 받아들며 1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 한장을 건넨다. 생닭은 크기에 따라 1만원에 2마리부터 4마리까지 살 수 있었다. 배달해 먹는 치킨과 견주면 아주 싼값이었다. 물론 닭으로만 요리를 만들 수는 없다. 닭볶음탕(1마리)을 만들더라도, 감자 2개, 양파 1개, 대파 1개, 붉은 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당근 반개가 들어가야 한다. 이들 재료 모두 안 오른 게 없다.

시장을 둘러본 뒤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 들렀다. 칼국수가 4천원, 짜장면과 비빔밥이 4500원이었다. 비빔밥이 외식 물가 상승률 1위라고 하니 제외하고 칼국수를 선택했다. 가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혼자 식사를 하려면 다른 혼밥 손님과 합석을 해야 했다. 칼국수를 기다리는데, 옆자리 손님이 “여기 칼국수가 시장에서 본 사과 한개보다 더 싸네”라고 말했다.

칼국수엔 보일 듯 말 듯 대파가 고명으로 나왔다. 대파보다 더 찾기 힘들었지만, 애호박과 양파도 있었다. 애호박은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올라 ‘애호박코인’(애호박+비트코인)으로 불릴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가격보고서를 보니,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애호박 한개 가격은 321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21원)에 견줘 27.4% 비쌌다. 글로벌 조사기관 넘베오 자료를 보면 지난 4일 기준 우리나라 양파 가격은 1㎏에 2.96달러(약 4천원)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비쌌다.

그렇게 치솟는 물가에 지친 서민들은 시장에서 4천원 칼국수로 팍팍한 삶과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부산·광주/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인터뷰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말씀’만 남은 민생토론회…실행계획 없는데 어떻게 믿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대파 875원’과 ‘금값 사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팍팍해진 서민 경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에서 만나 대책과 향후 전망 등을 들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대파 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는 경기·소득·물가 등의 경제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기간, 자본과 노동 가운데서 자본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서민의 가처분소득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르다 보니 대파 문제가 불거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대파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한 대통령의 말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이 말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대통령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즉, 치솟는 물가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 능력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들이 불신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풀이됩니다.”

―가격이 1만원까지 치솟은 사과도 논란이 됐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공산품과 달리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문제는 변동성인데요.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산물 같은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0% 올랐어요. 사과는 71%, 귤은 78.1% 급등했죠. 이러다 보니 서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지수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값이 비싸면 대신 파인애플을 먹어라’와 같은 정부의 물가 대응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물가 대책은 이런 대증식 요법보다 유통구조 개선이나 보조금 지급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면서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요,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될까요?

“공무원이 보고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현장에서 토론하는 방식에서 시도는 신선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몇번 본 뒤엔 안 보게 되더군요. 토론보다 ‘말씀’만 남는 듯했습니다. 총선을 위한 정견 발표회로 다가왔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각 부처가 잘 논의해 재원을 마련하고 실행계획을 세워나가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점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 1월2일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투자세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선 그런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세제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담지 못한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인당 25만원씩 민생 회복을 위한 지원금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물가만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총론적으로 지원금은 총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소득 분배율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즉 실질임금이 떨어지게 된 거죠. 게다가 현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서민들은 지갑을 열어 쓸 돈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지출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막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억눌려왔던 공공요금이 봇물 터지듯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물가가 오를 땐 정부가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재정을 투입해 과도한 공공요금 인상을 막을 수는 있죠. 하지만 현 정부는 긴축재정을 워낙 강조하고 있고, 국정 기조를 잘 바꾸려 하지 않기에 하반기에도 물가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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