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실점’ 류현진이 ERA 꼴찌라면 믿어지나요…충격과 공포의 8.36, 25명 중 25위[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이름값에 눌리지 않으려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2)이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을 무너뜨린 뒤 털어놓은 얘기다. 김휘집은 ‘문제의 5회말’에만 안타 2개를 터트리며 류현진 공략에 앞장섰다. 키움 타선은 5회에만 8타자 연속안타를 터트리며 구단 역대 최다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 중 앞의 7타자를 상대한 투수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이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4⅓이닝 9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으로 시즌 2패를 맛봤다. 4회까지 56개의 공만 던지며 한화의 4-0 리드를 이끌었다. 2012년 10월4일, 대전에서 강정호에게 솔로포를 맞아 개인통산 99승과 시즌 10승을 놓쳤던 아쉬움을 털어내는 듯했다.
아니었다. 11년6개월 전 넥센과 지금 키움은 전혀 다른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히어로즈라는 본질은 같다. 류현진에게 히어로즈와 돔구장은 안 맞는다. 5회 1사 1,3루서 송성문~김재현~박수종~이주형~로니 도슨~김혜성~최주환~김휘집까지 7타자 연속 피안타라는 망신을 당하며 강판됐다.
특히 김재현부터 김휘집까지 전부 초구 아니면 2구에 안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9실점을 한 셈이다. 최주환과 김휘집은 스트러이크 존 외곽으로 들어오는 공을 공략했지만, 대부분 타자에게 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을 던졌다. 갑자기 커맨드가 무너지는, 류현진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실점, 최다자책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거 시절까지 포함하면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7년 5월1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서 4이닝 8피안타 4탈삼진 8사사구 10실점한 게 최다실점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거 시절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은 7자책이었다.
한마디로 2006년 프로 데뷔 후 KBO, 메이저리그, 국가대표팀 등을 가리지 않고 공식경기 최악의 피칭이었다. 시즌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8.36. 급기야 5일가지 규정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25위, 꼴찌로 밀려났다.
표본이 적은 시기다. 류현진이라면 평균자책점을 차근차근 본 모습으로 회복할 역량이 있다. 그러나 8점대까지 올라간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망가진 평균자책점을 회복하려면, 결국 예상 외의 부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류현진이 강조한대로 커맨드다. 그리고 KBO리그 타자들도 실투라면 150km가 넘는 공도 어렵지 않게 공략한다. 하물며 류현진의 최고구속은 140km대 중~후반이다. 생애 첫 고척돔 등판에서 다시 한번 교훈을 얻었다.
또 하나. MZ 타자들은 류현진을 의외로 두려워만 하지 않는다. 젊은 타자가 많은 키움이 그랬다. 김휘집은 “이름값에 눌리려고 하지 않았다. 한화와 싸워야지 투수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물론 그는 “류현진 선배님이 빨리 내려가야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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