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30] 테크노 형광색
1937년 스위처(Bob & Joe Switzer) 형제가 ‘데이글로(DayGlo)’라고 이름 붙인 형광염료를 발견했다. 빛이 비칠 때 분자 내부의 전기성을 자극하여 발광적 색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그렇게 파장이 길어지면서 우리 눈에는 훨씬 강한 빛으로 경험되고, 다른 색들보다 눈에 잘 띄는 것이다. 형광색이 교통경찰이나 환경미화원의 안전조끼, 공사 현장 안전 고깔의 색으로 선택되는 것도 이런 가시성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으로 칠을 하던 오래된 추억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 형광색은 그 특유의 뚜렷함으로 주의를 끌며 꾸준히, 그리고 간헐적으로 유행해왔다. 1980년대부터 노마 카말리(Norma Kamali)가 자신의 패션 디자인에 적극 활용했고, 상점이나 레스토랑, 클럽의 인테리어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그중 백미는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Shiro Kuramata)의 작품들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주인공 이름을 딴 ‘미스 블랜치(Miss Blanche)’ 의자, 상점과 바 등에 도입된 형광색 아크릴 구조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형광색이 집중되는 아크릴의 가장자리는 요즈음 유행어인 “에지(edge) 있다”라는 표현 그대로 지극한 섹시함을 반영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식(日食)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와사비의 영향으로 패션과 산업디자인에서 연두 형광색이 유행한 적도 있다.
형광색의 유행은 디지털의 보급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컴퓨터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90년대, ‘네온 컬러’ 또는 ‘테크노 컬러’로 불리며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같은 색이라도 모니터를 통해서 보면 진동과 빛이 병행하여 형광색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근래에 형광색은 운동화나 백팩 등 패션 상품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가시성의 특성상 지나치면 촌스럽고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므로 적은 부분에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익숙하고 개성을 강조하고 튀는 걸 개의치 않는 요즈음 에너지와 젊음, 밝음을 상징하는 형광색은 더 과감하고 다양해질 걸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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