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48] 유모차와 개모차
아픈 아버지를 더 잘 돌보기 위해 동생이 운영하는 소아과 근처의 요양원을 선택했다는 편집자가 얼마 전 아버지를 보살피러 근처에 갔다가 본 풍경을 말했다. 동생의 소아과 앞으로 석 대의 유모차가 지나가길래 살펴보니 그 안에 아기가 아닌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줄어든 어린이 환자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동생 얘길 하다가 그녀는 10년간 폐업한 동네 소아과가 여럿인데 그 자리마다 요양원이 들어섰다고 말하며 허탈해했다.
애견박람회장에서 “개 같이 벌어서 개한테 쓴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애완의 시대에서 반려의 시대로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는 선배의 말을 들었다. 내가 사는 동네엔 24시간 애견 편의점에 이어 강아지 모발건강까지 챙기는 토털 애견 뷰티숍이 생겼다. ‘우리 집 막내’라는 키워드를 치면 아기보다 강아지가 더 많이 나온다는 빅 데이터 전문가의 말에 놀란 게 3년 전이다. 며칠 전에는 유모차보다 개모차 판매율이 더 높다는 기사를 읽었다.
강아지는 마음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우스갯소리 뒤에는 아이를 낳아 학원 뺑뺑이를 돌며 맘고생 하느니 반려동물과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이제 아이가 채워야 할 정서적 공간은 강아지가, 아이가 사라진 물리적 공간은 아픈 노인의 요양원이 채운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협 회장이 요즘 노인은 건강해서 의사가 많이 필요 없고, 지역에는 오히려 환자가 없다고 설득하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지역에 환자가 없는 게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것이고, 노인이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진료를 받아서 만성질환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제는 동네 가정의학과에 갔다가 “요즘에는 절대 아프면 안 됩니다!”라는 위로와 충고 사이의 말을 들었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간만에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발견했다. 강아지일 줄 알았는데 아기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는 걸 보며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생각했다. 분명 그것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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