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재배치까지 판독실 몫이면 심판은 뭘 하나···KT 이강철 감독 억울한 퇴장, 또 오심 시작인가[스경x현장]
이강철 KT 감독이 올시즌 첫 퇴장을 당했다. 비디오판독을 요청해 판정이 번복된 뒤 심판의 권한인 주자 재배치에 대해 항의했는데 ‘비디오 판독에 항의했다’며 퇴장됐다.
이강철 감독은 5일 잠실 LG전에서 ‘비디오 판독 관련 항의’로 퇴장됐다.
7-7로 맞선 8회초 2사후, KT 황재균이 좌전안타를 쳤다. 타구가 3루 베이스 근처에서 바운드 된 뒤 LG 3루수 문보경이 잡으려다 글러브에 맞고 타구는 3루 관중석 앞 펜스까지 튀어 굴렀다. 당초 정은재 3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KT 신청으로 비디오판독을 한 결과 페어로 판정이 번복됐다.
타구는 3루 베이스를 지나 파울라인을 맞고 튀었고 그 뒤 문보경이 글러브로 쳐낸 꼴이 되었다. 제대로 판정을 페어로 내렸다면 단타가 아닌 2루타 이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단타로 선언하며 황재균에게 1루로 가라고 지시했다.
이에 황재균이 방망이를 자리에 떨어뜨리며 불만을 표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나와 문의했다. 이강철 감독이 별다르게 격한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어 심판조장인 최수원 2루심이 퇴장을 선언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이 불만을 갖고 황재균에게 철수 지시를 내리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최수원 심판을 비롯한 심판진은 3루 KT 더그아웃 쪽으로 가 이미 퇴장 지시한 이강철 감독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5분간 중단된 뒤 결국 황재균이 1루로 나갔고, 이강철 감독은 더그아웃 밖으로 나갔다. 비디오판독까지 포함해 9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재개된 8회초 KT의 공격은 문상철의 삼진으로 종료됐다.
KT 입장에서는 충분히 항의할만한 상황이었다. 동점에 경기 후반, 굉장히 민감한 상황에서 ‘오심’에 가까운 판정이 나왔다. 더불어 정확히, 이날 KT가 요청해 실시된 비디오 판독은 타구의 페어-파울 여부였고, 이후 항의한 것은 그 판독 결과가 아닌 판독 결과에 따른 심판의 후속 조치(1루 재배치 여부)에 항의한 것인데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판정에 항의했다”며 퇴장 조치했다. KBO도 이날 퇴장 사유가 ‘비디오 판독 결과 항의’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판독의 11조 ②항을 보면 “심판팀장이 비디오판독에 의해 결정한 하나 또는 복수의 판정에 대한 판정 유지나 번복, 그리고 주자의 위치 배정 등 필요에 의해 실시된 모든 행위는 최종이고 양 구단에 적용되며 이는 더 이상의 검토나 수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돼 있다.
또한 12. 비디오 판독의 정정에서는 ‘최초 판정이 번복된다면 심판팀장은 처음부터 옳은 판정이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양 구단이 위치해야 할 상황을 만들도록 정정해야 한다. 이 규정에서 의해 번복되는 모든 판정에서 나오는 주자의 배치에 대한 결정은 공식야구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심판팀장이 결정한다’고 하고 있다.
즉, 비디오 판독에 의한 주자 위치 배정은 비디오 판독실이 아닌 심판의 권한이다. 현장에서 심판이 직접 눈으로 보고 상황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고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가 심판이므로 당연하다. 이날 황재균을 1루로 보내느냐, 2루에 배치하느냐 결정의 최종 권한은 이날 심판팀장인 최수원 2루심에게 있었다.
그러나 KT 구단은 “선수단에 확인한 결과, 당시 비디오판독 사항인 페어 결정 후 이강철 감독은 단타인지 2루타인지에 대해 묻고 항의했고, 심판진은 비디오판독실에서 단타로 결정했으며 이에 비디오판독 항의로 묶어서 퇴장 조치한다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KT 구단이 들은 바가 사실이라면, 이날 심판진은 주자 재배치가 심판진의 권한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알고도 비디오 판독실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 된다. 더불어 KT의 감독 퇴장 자체는 굉장히 억울해지는 상황이다.
또한 이날 심판진은 해당 장면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와 이강철 감독의 퇴장 사유, 경기 중단 사유 등에 대해 관중에게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KT는 이강철 감독이 퇴장되고 없는 가운데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10회초 2사 2루에 김민혁의 결승 2루타로 8-7 승리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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