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풍자영상이 명예훼손? 독재의 징후는 풍자 탄압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2024. 4. 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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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바람] 웃음마저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

세상살이가 각박하다. 각박한 세상은 우리에게 웃음을 앗아간다. 불평등의 심화, 돈과 권력이 있는 자만 계속 돈과 권력을 쌓을 수 있는 사회구조와 부패, 이를 수없이 보아 온 사람들은 웃으면서 권력을 비판하는 법을 익히지 않았을까.

풍자는 권력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권력(권위)을 강하게 조롱하며 비틀어서 비판하는 행위다. 권력자들이 힘을 과시하지만, 그 권력의 기반이 얼마나 허위와 부당함으로 가득한지를 웃으면서 "그깟 것!"하며 힘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풍자는 비단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있지 않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전래동화나 우화에 권력 비판이 풍자로 엮어있다. 중세 귀족이나 종교계 등 권력 집단이 웃음을 추함과 부조화로 여기며 금할 때조차, 민중들과 예술가들은 어김없이 풍자를 쏟아냈다.

풍자에 대한 탄압은 독재의 징후

근대국가에서 독재의 징후는 풍자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난다. 명예훼손이니 공공질서니 하는 말로 풍자조차 막는다.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하 대통령 가상연설) 탄압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가상연설은 대통령이 했던 말들을 편집해서 스스로 그동안의 잘못을 사과하는 형식의 영상이다. 일반적인 상식과 이해력을 가진 시민이라면 대통령이 실제로 한 발언이라 믿을 가능성이 없기에 풍자영상이다. 누가 봐도 가짜뉴스가 될 수 없다. ‘허위사실 적시’가 아니다.

그런데 이를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메타(meta)와 틱톡(TikTok)에서 접속 차단을 결정하고, 경찰은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동영상 제작자와 배포자(유포)를 추적 중이다.

비슷한 일이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다. 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한 시민이 정상회의에 대한 비판을 하려고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치적으로 홍보하였으나, 당시 시민사회는 G20은 불평등을 발생시킨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시킨 강대국끼리의 회의라 비판, 기자회견과 집회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니 풍자를 할만도 했다. 대통령을 도둑을 의미하는 쥐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그림 그린 사람을 추적해 공용물건손상으로 기소했고 결국 그린 이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는 권력 비판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로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출퇴근시간 시위가 제한되고 있고, 1박2일 집회도 불가능하다. 언론에 대해선 또 어떤가. 정부는 MBC가 보도한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방송을 문제 삼고 탄압했다.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순화시키려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할 수 없어

풍자에 대한 한국의 법체계나 사법부의 판단은 국제인권기준에 미달한다. 한국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만이 아니라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 때문에 권력이나 부패,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비판조차 명예훼손 혹은 맞고소로 대응 가능하다. 유엔인권기구는 권력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을 걸지 말라고 숱하게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2008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촛불운동 당시, 정부가 MBC <PD수첩>의 방송을 문제 삼고 제작진을 농림부 등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을 보고 경악한 바가 있다. 다행히 2011년 대법원에선 2008년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의 무죄가 확정됐다.

이는 국제사회에도 알려졌다. 그 결과 2010년 한국을 방문한 프랑크 라 뤼 표현의 자유 유엔특별보고관도 언론의 자유, 인터넷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에 대해 한국에 권고했다.

유엔특별보고관은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명예훼손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형사상 범죄로 남아 있어 본질적으로 가혹한 조치이며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야기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민법에 명시되어 있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손상을 시정하는 데 있어 비형사적 제재(non-criminal sanctions)의 적정성에 비추어 볼 때 형사상 제재는 정당성이 없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특별보고관은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훼손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공직자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비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관련 방심위의 운영에 대해서도 권고했다. 보고서 46항에서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명예훼손이라는 구실로 공익 정보에 대한 차단이나 삭제 권고를 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투명성, 책임성, 정밀성이 미흡하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만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아직까지도 바뀌지 않았다. 결국 2023년 11월 유엔자유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에서도 한국 정부에 명예훼손을 형사처벌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 지난해 풍자 및 검열 논란이 일었던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만우절에 뿌려진 풍자영상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를 생각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경찰은 풍자 영상 제작자와 유포자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혐오와 검열에 맞선 표현의자유네트워크'(약칭 21조넷)에 속한 8개의 단체가 만우절인 4월 1일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동영상을 각 단체 계정으로 배포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을 게시하면서, 방심위가 11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게 접속차단을 요청해도 해당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다. 아직까지 단체들이 게시한 영상은 차단되지 않았다.

만우절이야말로 풍자를 하며 웃기 좋은 날이 아닌가. 동영상 게시 온라인 행동을 하며 더 많은 풍자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대통령의 대파 발언 논란 이후 여러 대파 풍자 그림이 나오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더 많은 풍자가 우리를 권력의 굴레, 불평등의 굴레, 부패의 굴레에서 벗어날 힘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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