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에 '처방전 리필제' 대두…美日英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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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5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처방전 리필제'(반복 조제 처방전)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가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사용해 추가로 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고 반복해서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할 경우 약물 과잉 복용이 있을 수 있고 의사가 환자의 질병 진행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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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5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처방전 리필제'(반복 조제 처방전)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가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사용해 추가로 의사의 진료를 받지 않고 반복해서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겠다고 하고 개원의마저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하자 추가 의사 진료 없이도 약을 구할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건강권과 편의성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산부인과, 안과 등 일부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5개소로 지난달 첫 주 10개소 대비 증가했다. 그만큼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는 이달 1일부터 회원들에게 '주 40시간 단축 진료 지침'을 배포했고 의대 교수들도 주 52시간 단축 근무에 들어감에 따라 이제 아파도 제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거나 환자가 병원 시간에 맞춰 아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단축 진료나 휴진으로 의사 처방을 받을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전 리필 사용을 즉시 허용하고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약사의 처방권을 일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방전 리필제는 약사단체인 대한약사회에서도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3년치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장기간 약을 보관하면서 약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환자 건강과 편의성을 위해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방전 리필제로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또 "정부에서 확대한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치료목적보다 약을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면이 있다"며 "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다수 국가가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약학정보원이 2022년 4월 게시한 '반복 조제 처방전 제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만, 영국, 일본 등이 이미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특정 의약품(신약,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등)은 적용을 제외하고 있으며 보통 6개월에서 1년까지 유효기간을 둔다.
국가별로 미국은 1951년부터 의사 승인 하에 처방전의 반복 사용이 허용됐다. 영국은 반복 처방이 전체 처방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대만은 정부가 지정한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에만 리필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외래진료비 절감을 위해 2022년부터 '리필 처방전'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제도를 도입하면 진료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의사들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할 경우 약물 과잉 복용이 있을 수 있고 의사가 환자의 질병 진행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처방전 리필에 대해서는 의료공백이 길어지면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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