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집단사직 45일 만에 전공의와 첫 만남…의정갈등 돌파구 찾나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의정(의료계-정부) 갈등 해소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2천 명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던 기존 입장에서 처음으로 한발 물러나 의대 증원 폭의 조정 여지를 열었고, 다음 날인 2일 전공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뒤 이틀 만에 직접 대화가 성사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간 만남은 지난 2월 19일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본격 시작된 이후 45일 만입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대표 자격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대 증원 폭의 조정에서 더 나아가 당사자인 전공의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입니다.
전공의 처우 및 근무 여건 개선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진 회의에서 전공의가 가장 의료계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약자라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비롯해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처우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그동안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대전협 측과 물밑 접촉을 꾸준히 시도해 왔으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방침을 두고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전공의들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표한 뒤 대통령실은 시간과 장소, 의제 모두 열려 있다며 전공의들에 계속 손을 내밀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변화는 의정 갈등 장기화로 국민의 불안감과 불편이 계속 가중할 경우, 자칫 핵심 국정과제인 의료 개혁 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소수의 목소리도 경청하겠다'는 최근 국정 기조 움직임과도 관련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전공의들을 움직이기 위해 여당에서도 여러 노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사 출신으로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해 전공의들에게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날 면담에도 불구하고 2개월간 이어진 의정 대치가 순조롭게 풀릴지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의료계 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데다 여전히 의대 증원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쪽의 목소리도 강합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면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띄웠습니다.
이러한 전공의 측 분위기를 고려한 듯 대통령실은 전공의 면담과 관련해 '로 키' 대응을 유지했습니다.
140분간 진행된 면담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식 소개는 약 200자의 대변인 서면 브리핑이 전부였습니다.
면담에는 정책실장과 대변인만 배석해 참석자도 최소화했습니다.
대통령의 통상적인 다른 일정과는 달리 면담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언론에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면담에 앞서 이 사실을 외부에 먼저 공개한 것도 박 비대위원장 측이었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접한 대통령실 내에선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첫 면담이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동안 전공의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는 있었지만, 전공의 대표로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직접 들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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