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양조는 과학” 미생물전문가가 빚었다고? 안 마시고는 못 배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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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푸르른 자연을 보고 '청산녹수(靑山綠水)'라고 한다.
조선시대 예술인이자 시인으로 활동한 황진이는 '청산은 내 뜻이오'라는 시를 통해 임의 사랑이 흘러가는 푸른 물 같더라도, 자신은 푸른 산처럼 영원하겠다며 청산녹수를 노래한 바 있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 야은리에는 15년째 산 좋고 물 맑은 장성을 지키는 청산녹수 양조장이 있다.
원래 청산녹수의 효자 상품이던 '사미인주'는 현재 단종됐으나 연구·개발 후 보강해 재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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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 겸업, 양조장 15년 운영하다
최근 정년 마치고 술 생산에만 매진
‘편백숲 산소막걸리’ 등 상품 다양해
어울리는 유산균 투입해 특색 담아
시기별 맛 라벨 표시…용기도 고안
올해 프리미엄 증류주 선보일 계획

우리는 푸르른 자연을 보고 ‘청산녹수(靑山綠水)’라고 한다. 조선시대 예술인이자 시인으로 활동한 황진이는 ‘청산은 내 뜻이오’라는 시를 통해 임의 사랑이 흘러가는 푸른 물 같더라도, 자신은 푸른 산처럼 영원하겠다며 청산녹수를 노래한 바 있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 야은리에는 15년째 산 좋고 물 맑은 장성을 지키는 청산녹수 양조장이 있다. 김진만 대표(66)는 최근 정년을 마치고 전업 양조인으로서 제2의 삶을 꾸리는 중이다.
“술을 빚으면 하루도 쉴 수가 없어요. 술을 빚는 과정에서 제 손을 안 거치는 게 없거든요. 미생물에 휴일은 없으니까요.”
김 대표는 전남대학교 생명산업공학과에서 교수로 근무하며 미생물을 연구해온 과학자다. 그는 2000년대 후반 일어난 막걸리 열풍과 함께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09년 교수직과 겸업할 수 있는 벤처기업으로 청산녹수를 창업해 전통주 면허를 취득했다.
그가 처음 양조장 터를 잡은 곳은 장성의 한 폐교다. 폐교 근처에 논이 있어 양조장과 아름다운 우리 농촌을 함께 보여줄 수 있기에 택했단다. 이곳은 큰 호응을 얻어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지정됐다. 하지만 양조규모도 차츰 커졌고, 학교 건물에서 양조하니 술이 발효될 때 열 관리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온도 변화가 잦으면 주질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는 2023년 여름, 폐교 근처에 새로운 양조장을 지었다. 물론 이 또한 논 옆에 자리하고 있다.
“패기 있게 폐교에 양조장을 세웠지만 애초에 양조장을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라서 동선을 관리하기 어렵더라고요. 새로 지은 양조장은 최소한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자동화했습니다.”
청산녹수는 술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편백숲 산소막걸리’(6.5도)가 대표적이고, 이보다 진하고 도수가 높은 ‘편백숲 산소막걸리 12’(12도)도 있다. 장성 특산품인 딸기를 넣은 ‘딸기스파클링’(6.8도)도 있다. 이밖에 오이를 넣은 증류주, 담금주, 골프장용 막걸리 등 10여종에 이른다. 원래 청산녹수의 효자 상품이던 ‘사미인주’는 현재 단종됐으나 연구·개발 후 보강해 재출시할 계획이다.
막걸리 양조는 기본적으로 사양주를 고집한다. 사양주는 네번 담금한 술로, 쌀·물·발효제로 밑술을 만든 다음 시일이 지날 때마다 고두밥을 더하는 방식으로 빚어진다.
발효제는 누룩과 입국(일본식 누룩)을 혼합해 사용한다. 술은 담글수록 진해지고 도수도 높아진다.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막걸리와 어울리는 유산균을 추가로 투입한다. 술병에 ‘유산균 막걸리’라고 쓴 것도 그 때문이다.
‘편백숲 산소막걸리’ 6.5도와 12도는 성격이 다르다. 6.5도는 가볍고 청량하며 달콤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맛이 부드럽게 강해진다. 12도는 농도가 진하며 참외향이 난다. 맛에 균형감이 적당해 마시기 편하다. ‘딸기스파클링’은 4∼5월 매입한 장성 딸기를 과즙으로 넣어 만든다. 색은 탁한 분홍색으로 향이 달콤해서 식사 후에 디저트처럼 마시기 좋다.
“막걸리는 전무후무한 술이에요. 완성품이라고 내놨는데도 계속 발효가 일어나잖아요. 이런 점도 고려해 라벨에 시기별로 맛의 특징을 써놨고, 막걸리 용기도 쉽게 터지지 않도록 고안했어요.”
청산녹수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증류주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여름이 지나면 오크통에 숙성한 증류주인 ‘하서’를 출시할 계획이며, 쌀과 사과로 만든 두가지 버전을 기획 중이다. 하서는 장성 출신 조선시대 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의 호를 따온 것이다.

“술은 장인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5년은 겸업하느라 술 빚는 데 전념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술에 100% 마음을 다해볼까 해요. 도저히 안 마시곤 못 배길 술을 만들 겁니다.”
장성=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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