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맹탕 교육 안 받으면 CEO도 징역형?

안상현 기자 2024. 4.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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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당누리센터에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설명회가 열렸다.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복잡하다 보니 많은 중소 상공인은 "준비할 방법을 몰라 막막하다"고 말한다. /뉴시스

최근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 새로 큰 스트레스가 생겼다.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면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교육이라는 게 도움은커녕 바쁜 기업인들 시간만 빼앗는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누구나 매년 받아야 하는 법정의무교육이다. 사무직 근로자라 해도 매년 12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업주 같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는 6시간의 교육이 추가된다. 산업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은 대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내용이 부실하거나 대동소이한 내용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에선 중대 재해 발생 시 관련 교육을 제대로 안 받았다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과거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었는데, 이제는 징역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만난 대표들은 산업안전보건교육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졌지만, 교육 내용은 여전히 형편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 6시간 교육을 받은 한 정밀광학기기 제조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우리 업종과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업종과 무관한 화학물질이나 중장비 관련 안전 교육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그 시간에 공장을 한 번 더 살피는 게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출석만 부르고 시간을 때우고 오던 예전의 부실한 예비군 훈련이 떠올랐다”고 했다.

심지어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받기 시작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마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20여 명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취재를 받고 나서야 이런 교육 미이수가 치명적이란 걸 알게 됐다”며 “저희 입장에선 작업자에게 안전화 신게 하고 현장 교육하는 게 중요하지, 사실 이런 교육은 별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 역시 “교육에서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된 건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조치법”이라며 “강사들의 교육 수준이 교육 중요성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은 어찌 보면 교육을 하는 위탁 기관만 배불릴 수 있다. 심지어 이전에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교육위탁기관을 사칭하며 교육 수강을 강매하는 곳도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기업 대표들은 “유명무실한 교육만 강화시키기보다 업종별 산업 안전 체크리스트나 사례집을 만들어 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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