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빠진 가족·친구와의 대화 요령, 감정을 보이지 마라[책과 삶]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마이클 셔머 지음 | 이병철 옮김
바다출판사 | 404쪽 | 2만2000원
2021년 1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의 불씨는 ‘음모론’이었다. 조 바이든을 새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속적인 주장은 시민 1200여명을 미국 정치의 심장부로 향하게 했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멀찍이 떨어져 지켜본 사람 대부분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에 휘둘리다니, 바보들이 따로 없군?’
하지만 정말 그럴까. 1200명이 의사당으로 몰려든 것은 이들이 모두 바보이기 때문일까. 미국의 대표적인 회의주의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마이클 셔머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음모론자가 바보나 사이코패스로 치부되곤 하지만 사실 정치 성향이나 성별, 교육의 정도와 상관없이 현대인 모두가 음모론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셔머의 새 책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는 음모론·음모론자에 대한 그의 오랜 연구와 각종 통계, 경험을 총집합한 결과물이다. 리처드 도킨스,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과 함께 사이비과학, 창조론, 음모론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노력해온 회의주의 운동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저자는 음모론을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규정한다. 그리고 음모론과 음모론자를 분류하고 체계화한 뒤 이해 또는 대응의 모델을 제시한다. 음모론은 음모론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 및 세계에 대한 이해와 연결된 더 깊은 진실을 숨기는 ‘대리 진실’이라고 셔머는 말한다.
한국 사회도 음모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세상에는 온갖 음모론이 떠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간 음모론은 취약한 사람을 현혹시키고, 각종 폭력 사건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책의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은 특히 실용적이다. 셔머는 내 가족과 친구가 음모론에 빠져있을 때 그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경험을 통해 얻은 조언을 한다. ‘감정이 오가게 하지 마라’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논의하라’는 그의 조언은 충분히 실생활에 적용할 만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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