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 먹었어요"…불과 반년 만에 '100억' 터졌다 [오정민의 유통한입]
유로모니터 "햄버거 시장 작년 10% 성장…4조1582억 규모"
작년 6월 1호점 연 파이브가이즈 매출 100억 추산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난해 파이브가이즈 국내에 연 1호 매장 방문을 위해 처음으로 모바일 줄서기 어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 개점 초기 연일 매장 앞에 긴 줄이 서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벼르고 벼르다 결국 앱을 이용해 평일 저녁에 먹을 수 있었다"면서 "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까지 주문하니 3만원에 육박했지만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는 주문이 들어오면 신선한 재료로 조리해 매장 주방에 냉동고와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1호점 개점 당시 몰려드는 소비자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같이 국내에서 프리미엄 버거 인기가 이어지면서 햄버거 시장이 지난해 외식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6년 SPC가 들여온 '쉐이크쉑', 2021년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고급 버거 레스토랑 '고든 램지 버거', 지난해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까지 한국에 상륙하는 등 고급 수제버거 열풍이 분 영향이다.
4일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버거 패스트푸드 시장은 전년보다 10.5% 증가한 4조158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같은 기관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외식산업 성장률(8.9%)을 웃도는 성장세다.
지난해 버거 시장 거래량이 5.3%를 기록한 데 비춰 상대적으로 비싼 값의 버거가 시장 성장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모니터는 "거래량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비교적 높은 단가의 버거를 찾았다고 해석된다"며 "한국 버거 시장의 독특한 점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일반 프랜차이즈 버거와 프리미엄 버거 소비 모두가 고루 커진 점"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유명 수제 버거 브랜드 관련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이 유치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1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갤러리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을 제외한 에프지코리아와 와인수입사인 비노갤러리아 등 식음료 부문 매출은 104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비노갤러리아의 매출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가 에프지코리아의 매출이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1호점이 지난해 6월 문을 연 점을 고려하면 약 반년 만에 거둔 성과다.
14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메뉴로 유명한 고든램지 버거 운영사 진경산업의 음식 매출도 지난해 16.2% 증가한 215억원에 달했다.
버거는 지난해 배달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와중에도 배달 수요가 꾸준했던 품목이었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한 '2023년 상반기 외식업 배달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외식 업종별로 버거(4.20%포인트)와 피자(2.38%포인트)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배달서비스(배달+포장) 매출 비중이 감소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야외활동 증가, 외식물가 상승 등에도 햄버거 수요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프리미엄 버거 선호 현상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업계에는 '뉴페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파이브가이즈에 앞서 2022년에는 bhc그룹 미국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를 들여왔고, '오바마 버거'로 불리며 주목받은 미국 '굿스터프이터리'도 같은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유로모니터는 "과거 버거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점심 혹은 간식의 위치였다면, 최근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진출로 '근사한 외식 한 끼'로 수제 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버거에 대한 심리적 단가도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버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2028년 5조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유로모니터는 "버거 시장에 대한 다방면으로의 인식 변화가 미래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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