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대출 ‘양문석 사례’…새마을금고의 관리 사각 ‘구멍’ 탓

윤지원 기자 2024. 4. 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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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외 유용’ 엄격 금지해놓고 대출 규모 키우려 관행처럼 자행
부동산 정책 나올 때마다 ‘돈 창구’ 역할…정부 대책 무력화 작용

새마을금고 부당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는 “업계 관행”이었고 “피해자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기관들은 내부 규정으로 ‘대출 용도 외 유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양 후보 대출액 전액을 회수키로 한 것도 이 규정에 근거한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고 감독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올 때마다 편법 대출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4일 양 후보 측에 대출금 반환 요구 서류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 대상은 담보물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의 또 다른 담보대출을 갚는 용도로 쓰인 대환대출금 5억8100만원을 포함한 대출금 11억원 전액이다.

앞서 양 후보는 “사기대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냐”고 한 바 있다. 새마을금고가 주택 구입 용도인 것을 알고서도 ‘사업자 대출’을 내준 것이라면 법적으로 ‘사기’가 적용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20대 여성이 사업자 대출로 11억원을 빌렸다는 건 그 자체로 액수가 너무 크다”며 “새마을금고와 짜고 대출이 나갔다면 사기가 될 수 없고, 제출 서류도 명의가 조작된 게 아닌 이상 사문서위조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책임성을 떠나 ‘용도 외 유용’ 그 자체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2021년 양 후보는 15억원 이상 주택에 담보대출을 막은 부동산 정책이 나오자 사업자 대출을 활용한 것인데, 이런 편법 대출은 주택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성행했다. 대출 문턱을 높인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진행된 부처 합동조사에서 서울지역 내 개인사업자가 사업자 대출을 용도 외로 유용한 169건이 적발됐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자 대출은 소득 규제가 엄격하지 않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70~80%에 달해, 가계주담대(LTV 60%)에 비해 과다 취급되지만, 대손충당금은 가계주담대에 비해 더 적게 적립된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지금처럼 신용공여한도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상황이었다면, 실제 사업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대출을 못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든 금융기관은 여신거래약관에서 ‘용도 외 유용’을 금지하고, 용도대로 쓰였는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대출 실행 3개월 내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양 후보는 11억원 대출이 나온 뒤 딸이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는 제품거래명세표를 제출했는데 금감원 조사 결과 대부분 허위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양 후보 주장처럼 금융기관이 실적 확보를 위해 가짜 서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대출을 내줬다면 적발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대구 수성새마을금고는 양 후보 대출뿐만 아니라 다른 대출에서도 여신을 심사할 때 사업이력이나 사업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계약서, 담보설정만 가지고 형식적으로 심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향후 용도 외 대출이 추가로 발견될 소지가 높다.

특히 이사장 중심 지배구조인 새마을금고는 내부통제가 느슨해 ‘부적절 대출’이 늘 문제였다. 외부 회계감사도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인 금고에 한해 2년 주기로 받는데, 이는 신협이 300억원 이상 지점에서 매년 감사를 받는 것에 한참 미달한다. 연체율 공시도 시중은행은 매달, 상호금융기관은 매 분기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6개월에 한 번뿐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목적상 불분명한 곳에 대출이 나갔다면 그 자체로 문제”라며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행정안전부와 금융당국이 모두 꺼리면서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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