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주도권 굳히기 포석…미 공장, 인디애나주 ‘낙점’

노도현 기자 2024. 4.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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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AI 반도체 후공정 시설 …5조2000억원 투자, 2028년 양산 목표

SK하이닉스가 약 5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짓는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로, SK하이닉스가 HBM 생산공장을 해외에 짓는 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퍼듀대에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 미 정부 관계자들과 투자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 사업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미국에 AI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게 됐다. 미국은 전 세계 패키징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그쳐 패키징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AI 열풍으로 HBM 등 초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첨단 패키징이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칩을 작게 만들어 성능을 높이는 미세공정이 한계에 도달해 여러 개의 칩을 묶어 성능을 최적화하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4세대 HBM인 HBM3를 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고, 5세대인 HBM3E도 지난달 말부터 고객사 공급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를 최종 투자지로 선정한 이유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한 데다 주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도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맞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시도 중인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HBM 시장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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