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유 시험일 변경 요구 거부에 “차별”
대법 “불합격 처분 취소” 로스쿨 지원생 승소 확정 판결
종교적인 이유로 로스쿨 입학 면접시험 일정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이의를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시험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거부당한 사람이 낸 소송 중 법원이 ‘차별’을 인정한 최초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수험생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 일부를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으로 2019년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면접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되자 종교상 이유로 ‘토요일 해가 진 뒤’에 면접에 응시할 수 있게 순서를 바꿔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내부적으로 직장·사업·학교 활동이나 시험 응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전남대 로스쿨은 이를 거부했고 A씨는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 불합격했다. 이에 A씨는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는 (면접) 방법이 있는데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면접은 오후까지 진행됐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전남대 로스쿨 측은 이 사건이 행정소송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종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면접 일정 변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남대 로스쿨이 A씨의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불합격 처분 취소가 위법하다는 원심 판결에 수긍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면접 일정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거절해 불합격 처분을 한 건 ‘차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립대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은 형식적 의미의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의미의 평등을 의미한다”며 “피고는 원고에 대한 면접시간을 변경하는 데에 비용 또는 불편이 다소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받게 된 중대한 불이익을 방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적인 영역에서 헌법의 규율에 따라 평등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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