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여진만 300여차례 ‘공포’…기적의 탈출·생존 소식에 ‘안도’
사망 10명, 부상 1067명 집계
화롄현 1000여명 고립 추정
지난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 화롄현에서는 4일 오전까지 300회 이상 여진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10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당국은 복구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대만 언론 자유시보에 따르면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화롄현 베이빈 거리에서는 전날 오전 7시40분쯤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의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약 30년 전 지어진 5층 건물은 1층이 무너져 4층이 된 채 앞으로 쏟아질 듯한 모습이었다. 이 건물에서 브런치 식당을 운영하는 우즈원은 지진이 발생하자 기름이 담긴 냄비가 쏟아지면서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식당에는 손님 20명가량이 있었다. “지진이야” “조금 흔들리다 멈추는 것 아니야?”라고 소곤거리던 손님들은 몇초가 지나도 흔들림이 멈추지 않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우씨는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그는 “건물을 빠져나가자마자 1층 전체가 케이크처럼 뭉개졌고, 탈출 후에도 가스가 계속 새어 나왔다.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건물 다른 층에 있던 세 아이는 형부가 껴안고 2층 창문을 통해 빠져나와 탈출할 수 있었다. 두 살 난 아이는 여진이 발생할 때마다 “엄마 안아줘”라며 보챘다. 휴대전화, 지갑, 분유, 기저귀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우씨는 “이웃들 도움으로 몸이 불편한 부모님도 무사히 탈출해 감사하다”며 가게 건물과 옆 건물에 사는 일가족 10명이 무사하다는 데 안도했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는 이날 오후 4시25분 기준 대만 전역에서 사망자 10명, 부상자 1067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실종자는 38명이다. 사망자는 지진의 직접 피해 지역인 화롄현에서 나왔다. 유명 관광지인 타이루거국가공원 측은 최소 1000명 이상이 산속에 고립됐다는 1차 추산을 내놨다. 허런·허핑 등 화롄현 인근 광산 지역에는 모두 87명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출근길에 통근버스를 타고 있던 화롄현 한 호텔의 직원 50명 중 47명도 고립됐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는 생산시설 복구에 나섰다. TSMC는 성명에서 “필수적인 고가 장비는 망가지지 않았다. 공장 복구율이 70~80%에 달한다”며 “지진 대응 및 재해 예방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안전 훈련을 실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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