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절단도 다녀왔다는데… 발견된 채권 추심문건? 내 남편은 '가짜 변호사'

이은지 2024. 4.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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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4월 4일 (목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정태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진행을 맡은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정태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정태근 변호사 (이하 정태근) : 안녕하세요.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 들려드렸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억울해하는 것 같은데 이분이 의뢰인 그러니까 피해자인 건가요?

◆ 정태근 : 아니에요. 이분은 가해자고 저희 의뢰인은 피해자입니다.

◇ 이원화 : 고소당한 이유는 뭔가요? 그리고 누구한테 고소당한 겁니까?

◆ 정태근 : 법률상 배우자인 부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당초에는 본인이 변호사라고 속이고 결혼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막상 사건 내막을 파헤치다 보니까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 이원화 :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남성을 고소한 사람이 법률상 부부인 아내라는 건데 변호사인 줄 알고 결혼했다는데 알고 보니 변호사가 아니었다는 건가요?

◆ 정태근 : 피해자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중에 제주도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상대방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당시 상대방은 자신이 Y대학교의 객원 교수이자 연구 심의 위원이라고 소개를 하고, 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본과생을 대상으로 의료법 강의를 한다고 소개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자신이 한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합격자 명단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알고 보니 한국 변호사도 아니었고, 영국 변호사나 홍콩 변호사도 전혀 아니었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사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의 직업을 거짓말로 속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 경우는 첫 만남 이후 연인관계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간 케이스란 말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변호사가 아닌 것 같다 이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던 건가요? 그 정도로 치밀했던 겁니까?

◆ 정태근 : 상대방이 변호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있는 자기 이름을 보여줬다고 했잖아요. 이 상대방이 흔한 이름이 아니었는데 기가 막히게도 동명이인이 있었던 겁니다. 같은 이름이 명단에 있으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 이원화 : 한 개인을 속이는 건 그렇다 치고 더 놀라운 건 이겁니다. 이분이 민변이라는 변호사 단체에 들어가고 그를 바탕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들에 나가서 강의도 하고 심지어 대통령 경제사절단까지 참여했다면서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 정태근 : 이게 심지어 민변에서 알게 되었다는 다른 변호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고, 해당 변호사도 상대방을 변호사로 알고 있었으니까 이게 더 속이기 쉬웠을 걸로 보입니다. 이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패턴이 있는데 한 가지 정보를 속여서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지인을 만든 뒤에 그 정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지인을 만들어서 그걸 토대로 이력에 한 줄을 추가하고 이런 방식으로 사상누각을 쌓았던 거죠. 이렇게 만든 스펙으로 유력 정치인과 사진을 찍고 국회의원실에서 인턴을 하고 대통령 사절단에까지 포함이 돼서 해외 순방까지 한 것을 과시하니까 자신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상대방이 은연 중에 이렇게 제압이 됐던 겁니다.

◇ 이원화 : 고소를 진행한 여성분은 이게 다 거짓말이라는 거를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 정태근 : 상대방이 아시안게임을 관람한다면서 출국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 피해자가 집 청소를 하던 중에 상대방의 채권 추심 문건을 비롯해서 전 여자친구 명의의 신용카드 영수증, 수십 장의 카지노 멤버십 카드까지 발견하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잠깐만요. 전 여자친구 명의의 신용카드 영수증, 이건 무슨 소리죠?

◆ 정태근 : 전 여자친구 명의의 신용카드를 도용해서 그 당시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발각된 것인데요. 해당 여성분도 형사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고소한 이 여성분도 금전적 피해 상당하다면서요.

◆ 정태근 :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만들어서 사용한 금액과 피해자를 속이거나 자신이 임의로 계좌를 이체해서 빼간 돈만 3억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 이원화 : 이 여성분이 당신 왜 거짓말했냐 다 사기냐 물었을 거 아닙니까? 자신의 잘못을 바로 시인하긴 했나요?

◆ 정태근 : 시인하지 않았고요. 고소인의 주거지에 쳐들어가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해서 결국 피해자는 112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 들려드렸던 녹취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본인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 후 사건을 맡은 변호인과 통화한 실제 내역이거든요. 그 내용 좀 더 들려드릴까요?

◈ 녹취록 : (영국에서 대학원은 어디 나오셨어요?) 런던 정치경제대학원. (런던 정경대 나오셨다고요? 그러면 학부는 어디 나오셨어요?) 연세학교 나왔는데 해외 영주권이 있으니까 당연히 (영주권은 어떻게 따셨어요?) 영주권... 여러 가지 질문 좀 여쭤보시는데 직접 한번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본인이 거짓말한 거 없으면 아무 일 없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거짓말한 게, 부풀린 거 있습니다. 처음에 부풀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 (몇 년도에 합격하셨어요? 영국에서 보셨겠네요.) 영국에서 제가 한 번에 붙지는 못했고요. 2017년에... 한번 제가 확인해서 말씀드려야 하나요. (그냥 대충 말씀주세요.) 2019년도였을 겁니다. (18년도, 19년도에 합격하셨다. 원장님은 어쨌든 진실 얘기하면 다시 생각해 본다 하셨거든요. 그걸 제대로 인정도.)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사실은 그러면 저는 인정해버리죠.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시네요. 그러면.) 그럼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인정을 할 수밖에 없죠. 이렇게 되면 깔끔하게 인정해서 (깔끔하게 인정해 주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깔끔하게 인정해서 그러면 저한테 저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 이원화 : 이 사건 결국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 정태근 : 피해자는 이 사건 형사고소 이외에 현재 혼인 무효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별도로 제기한 상태입니다. 현재 상대방은 일본으로 출국해서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경찰에 출석 요구서를 받았지만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고요. 영장 발부 또는 여권 무효화나 출국 금지와 같은 상대방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이원화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있잖아요. 파일럿도 됐다가 변호사 심지어 의사로 대형병원에서 진료까지 받던 정말 희대의 사기꾼 아니겠습니까? 물론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청조 사건도 있고요. 정 변호사님 우리 주변을 보면 누군가를 사칭하고 속이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케이스들 생각보다 많이 있죠?

◆ 정태근 : 맞습니다. 최근에 전청조 사건도 있었죠. 이런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사기 범행 심지어는 최근에 AI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서 마치 유명인이 투자했다는 식의 허위 광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상대방과 금전거래나 인적 관계를 맺을 때 사실관계를 좀 크로스 체크하는 것과 같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만약 이 사건처럼 상대방이 철두철미하게 속여서 무방비로 당하게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을 때는 반드시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사법적인 방법을 재빠르게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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