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만 확인한 대통령·전공의 첫 대화

유정인 기자 2024. 4. 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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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44일 만에 윤 대통령, 대전협 대표와 비공개 면담
윤 “논의 시 전공의 입장 존중”…면담 마친 전공의 대표 “실망”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단체 대표와 만나 의·정 충돌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은 “논의 시 전공의 입장 존중” 방침을, 전공의단체는 ‘2000명 증원 백지화’ 주장을 거듭 밝혔다. 대화 물꼬를 텄지만 의·정 충돌 해소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핵심 쟁점에서 분명한 간극을 확인해 돌파구 모색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140분간 면담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44일 만이다. 정부가 지난 2월6일 2000명 증원안을 밝힌 후 윤 대통령이 의사단체 대표를 만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박 위원장이 지적하는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전공의 처우, 근무여건 개선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면담은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독대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 대변인이 배석한 형태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입장 교환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면담은 장기화한 의·정 대치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주목받았지만 사태 해결의 접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면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올렸다.

양측은 의대 증원 규모 논의에서 원칙적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내부 공지에서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전공의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며 “2월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7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전공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거듭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데다,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대학별 배분이 마무리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유연한 결과치’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도 있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전격 면담이 전공의 대표의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협의체 구성까지도 난항이 예상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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