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기자 2024. 4.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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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이나 소시지만큼 손쉬운 반찬거리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삶거나 볶아도 맛있고 다른 야채들과 함께 조리하면 제법 그럴싸한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공육에는 식품첨가제들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지방의 산화와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막아 가공육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보존제입니다. 이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육은 유통기간이 10일 내외인 데 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면 3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보다 안전한 식품 섭취와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다양한 종류의 식품보존제 중 굳이 아질산나트륨이 단골로 등장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일부와 반응을 잘 일으킵니다. 그러면 고기의 단백질 구조가 더욱 치밀해집니다. 요리의 식감은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 물질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 구조가 더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씹었을 때 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육즙 또한 더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뽀득뽀득한 식감을 강조하기 위해 ‘뽀득’이란 단어를 제품명에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훨씬 더 맛있게 보이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은 고기에 포함된 미오글로빈이나 헤모글로빈 단백질과 결합하면 선홍색의 색상을 띠는데, 그러면 고기가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아질산나트륨이 일종의 발색제 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만약 이것이 없다면 가공육은 일반적으로 고기를 가열하면 나타나는 회색에 가까운 색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시각적인 선호도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재다능한 물질이 왜 유해하다고 여겨질까요? 실제로 WHO는 아질산나트륨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아질산나트륨이 단백질에서 분해돼 나온 ‘아민’이란 화합물과 결합하면 ‘니트로소아민’이 합성되는데, 이것이 DNA의 손상 등을 야기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니트로소아민이 생성되는 비율은 매우 적습니다. 가공육을 너무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국민들의 아질산나트륨 평균 섭취량은 일일허용량 대비 6.8%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안하다면, 가공육을 절단한 후 따뜻한 물에 30분가량 담가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질산나트륨이 물에 잘 녹아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이 아질산나트륨이 없는 가공육 제품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선홍색의 색감은 다소 부족할지는 몰라도, 콜라겐 등 천연물질들이 첨가되어 육즙은 풍부하고 식감도 잘 살렸기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식품첨가제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사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이해와 적절한 사용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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