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호소 경청한 尹 "의대 증원 논의때 입장 존중할 것"
집단사직 50일만에 만나
박단 대표 "韓의료 미래없다"
SNS에 한줄짜리 작심비판
증원철회 고집에 해결 난항
면담 소식 못 들었던 전공의
"정부에 이용당할까 두렵다"
◆ 의사 파업 ◆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140분간의 만남 이후 대통령실은 "의사 증원 논의 시 전공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박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만남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의견 차이만 확인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대통령실과 의료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대통령실에서 박 비대위원장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 2월 19일 단체사직이 시작된 이래 정부와 전공의가 공식적으로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 쪽에서는 박 비대위원장 혼자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4시 20분에 끝났다.
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박 비대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며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박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와 대화를 시도했다는 대외적인 이미지보다 내용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박 비대위원장은 면담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만남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던 전공의 대표가 대통령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전공의 간 인식 차가 커서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데 머물 것이라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윤 대통령의 요청대로 사직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의정 갈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로 향하기 전 박 비대위원장 스스로 전공의 단체가 지난 2월에 내놓았던 7가지 요구사항 수용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7가지 요구사항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정원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공지를 통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앞서 결의된 요구안을 관철할 것이며 최종 결정을 전체 투표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수락한 것을 두고 전공의 내부에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이번 만남은 대전협 비대위가 대다수의 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비대위에 속한 12명의 전공의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동의한 적이 없고 만난다는 것 자체도 뉴스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대전협 비대위는 회원 공지를 통해 '밀실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전공의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며 "대전협 성명문에 명시된 요구안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며 이 요구안에서 벗어난 협의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전협 비대위의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의료전문매체가 이날 회동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600명 정도로 조율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변인실은 대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 600명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심희진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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