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동에 … 환자들 "기다릴 시간 없다" 발동동

"전공의와 첫 만남에 의미"
의대증원 사태 장기화 우려

◆ 의사 파업 ◆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남 이후 대화 결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가 4시간 만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4일 오후 6시쯤 박 비대위원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글을 올렸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만남 결과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남 발표 직후부터 이번 결정이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의 독단적 결정으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다.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대화 성사 직후 비판 성명을 냈던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는 박 비대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만남에 앞서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공지를 통해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대화에 응했지만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고 대응하고 기존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 간 대화에도 전공의 복귀 등 사태 진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 직후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의사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에 대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게 아닌가 하는 희망 섞인 해석이 나왔다.

이번 박 비대위원장의 입장문으로 미뤄 볼 때 이번 대화가 지난 1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과 함께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는 만남 성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오늘은 전공의와 대통령의 첫 번째 만남이다.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간 대화가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나자 환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의정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싸움 속에서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어 지금 당장 의료현장을 정상화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