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전공의 대표 만났지만 온도차만 부각…사태 '안갯속'

김잔디 2024. 4. 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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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대한민국 의료에 미래 없다" 일축
의료계 '대화 성사'에 의미 두며 기대했지만 분위기 '반전'
환자단체 "서로의 입장 내세우는 싸움에서 환자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만남이 어렵게 성사됐지만,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되기커녕 오히려 악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

대화가 종료된 후 양측이 밝힌 입장에 뚜렷한 온도차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한층 더 짙은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4일 대통령실과 의료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후 2시부터 140분간 면담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등을 설명했고,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반면 박 위원장의 입장은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가 성사됐다는 소식에 조심스레 기대감을 표하던 의료계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으나, 박 위원장이 SNS에 '파행'을 시사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윤 대통령과 대전협이 사실상 '접점'을 찾지 못한 듯한 모양새로 면담이 종료된 데 따라 앞으로 의정(醫政) 갈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이번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 씨는 이날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는 이번 만남에 대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애초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했던 의료계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박 위원장마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점 재논의'에 대한 정부와 전공의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뻔한 결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 2천명을 백지화한 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전협 비대위 '오늘 대통령과 대화'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4.4 dwise@yna.co.kr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대화하더라도 '원점 재논의'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갈등이 봉합될 수 없고,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의대 증원 2천명에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탓에 박 위원장이 SNS에서 실망감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 교수 A씨는 "지금 가장 관건은 의대 증원 2천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대화가 되지 않는 한 상황이 더 안 좋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대화가 아무런 소득없이 종료된 것으로 보이면서 현장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지 7주차를 맞이하면서 남아있는 교수들과 의료진은 정신적·신체적 한계에 직면했다. 의·정 협상의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지면서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는 환자들은 조속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의정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싸움 속에서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처지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어 지금 당장 의료현장을 정상화시킬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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