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협박당해 너무 힘들지만…” 이천수 눈물에 어머니도 울었다

양지혜 기자 2024. 4. 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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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벚꽃축제가 열린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의 아파트 단지.

이천수(43)가 그렁그렁한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마이크만 잡으면 상대분들이 너무 협박해서 제 가족이 너무 힘들거든요….”

그는 힘겹게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한테 뭐라하고 저를 때리셔도 이번에 끝까지 원희룡 후보랑 함께 할 것이니까 내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계양의 아들’ 이천수는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50여일간의 유세 일정에 아침부터 밤까지 동행하고 있다. “정치를 모르고, 정치색도 없다”고 자부하는 그가 이번에 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적극 지원에 나선 이유는 “발전 없는 고향을 정말로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세를 할수록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이번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과 충돌이 잦아지면서 지독한 마음고생을 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을 흔하게 들어도 꾹 참았지만, 지난달 한 남성이 이씨의 가족을 거론하면서 드릴을 들고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참고 또 참았던 그는 지난달 31일 유세 때 이 후보 지지자들에게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했다가 ‘막말 논란’으로 비화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작전서운동 유세에는 이씨의 어머니도 함께했다. 아들이 걱정돼 몰래 유세 현장에 찾아온 그는 원 후보의 소개로 유세차에 올라왔다. 이씨의 어머니는 “제가 마이크만 잡으면 상대분들이 너무 협박해서 제 가족이 너무 힘들다”는 아들의 말에 입을 막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천수는 눈물을 참고 꿋꿋이 발언을 이어갔다.

4일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 유세 도중 이천수씨(왼쪽)가 울먹거리자 곁에 있던 어머니가 눈물을 참지 못했다./국민의힘 원희룡 후보 캠프

“저는 기죽지 않고 끝까지 할꺼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 선거 입니까. 이번은 계양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낙후된 25년을 해결할 해결사 원희룡이고, 저쪽 후보도 여기 온지 2년 됐습니다. 파란색 팻말 가지고있지만 이건 국회의원선거이지 대통령선거가 아닙니다. 잘 판단해주셔야 합니다. 계양이 발전하려면 계양에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주셔야 계양이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뭐라하고 저를 때리셔도 끝까지 이번에 원희룡 후보랑 함께 할거니까 내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는 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아들의 눈물에 마이크를 이어받은 어머니는 “저희 천수가 여기서 축구를 시작했고, 여기서 우리 아들이 성장해서 대한민국에서 열린 월드컵도 나가고 해서, 저는 계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면서

“천수가 정치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원 후보님하고 옛날부터 인연이 있었다. 계양 주민 여러분, 25년동안 한번도 안 믿으셨던 것을 이번 한번만 꼭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리춘수’와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남자’ 출연 등을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인기를 누렸던 이씨는 지난 2월 “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유세에 전부 동행하겠다”고 밝힌 뒤부터 끊임없는 시비와 공격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수씨의 어머니(가운데)가 눈물을 쏟은 아들을 바라보며 호소하자, 원희룡 후보가 이씨를 토닥이고 있다./원희룡TV

이씨는 “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원 후보의 유세 이외의 행사에는 동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선 이 지역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를 비롯해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광폭으로 참여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허름한 연립 빌라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2002 한일 월드컵의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성장한 이씨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본인 소개를 항상 “인천의 자랑 이천수”라고 하고, 지인들에겐 “자주 뛰어다닌 계양산의 정기를 받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만큼 고향을 사랑하기에 이번 총선에서 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총선은 일꾼을 뽑는 것이지, 권력자를 뽑는게 아니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많은 분들이 TV토론을 통해 확인하셨겠지만, 계양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양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계양구민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민원을 듣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총선 마지막날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원 유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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