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날씨예보 '파란색 1' 최고중징계...선방위 "민주당 지원 의도"
MBC "심의 자체가 언론탄압" 반발
민언련, 선방위 심의 분석 결과 공개
①역대 최다 법정제재
②월권 심의 ③MBC 표적 심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MBC가 날씨예보 방송에서 미세먼지 농도 ‘1’을 파란색으로 크게 표기한 데 대해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다. 10일 실시되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색이 파란색이고 선거 기호가 1번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보도를 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것이 선방위의 입장이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MBC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보도에 대해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선방위 판단은 다른 셈이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선방위의 이번 총선 보도 심의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4일 선방위가 ①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남발했고 ②선거와 무관한 보도까지 ‘월권 심의’를 했으며 ③MBC 등 특정 언론사를 겨냥한 편향적 징계를 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선방위원들 "고의로 '1' 넣었다"
선방위는 2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의 날씨 보도에 대해 최고 수위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MBC는 이 보도에서 “1,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말하는 기상캐스터 왼쪽에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 ‘1’을 파란색 3D 그래픽 이미지로 보여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 날 “MBC가 일기예보를 통해 사실상 민주당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고 비판했고, 선방위에 MBC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4일 심의에서 선방위원 9명 중 백선기 선방위원장 등 5명은 ‘관계자 징계’를 요구했고 3명은 ‘행정지도’, 1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관계자 징계’를 요구한 선방위원들은 ①서울 미세먼지 평균이 1보다 높았는데도 평균값 대신 ‘1’을 적시하고 ② 민주당의 색과 기호를 크게 표출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심의에 출석한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은 ① 날씨 보도는 통상 최저기온 등 극값을 사용하며 ②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1을 크게 내보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날씨 보도 대본을 프리랜서인 기상캐스터가 쓰는데, 취약한 고용 상황을 무릅쓰고 고의로 그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박 센터장이 “이 건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 자체가 언론 탄압”이라고 하자 일부 위원들이 “여기가 왜 정치 탄압하는 곳이냐”며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일었다.
선방위 심의 분석 ①역대 최다 법정제재 ②월권 심의 ③MBC 표적 심의
선방위는 선거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선거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법정 심의위원회로, 총선을 앞두고 방심위가 지난해 12월 설치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를 선방위원장에 임명했고,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선방위원 추천 단체를 일방적으로 보수단체로 바꾸면서 구성 초기부터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이후 중징계를 남발하고 선거와 관련 없는 보도까지 심의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4일 민언련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방위의 선거 방송 심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선방위는 4일 이전까지 14건의 법정제재(관계자 징계·경고·주의)를 내렸는데,이는 21대 총선 선방위의 법정제재(2건)보다 7배나 많은 수치다.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까지 심의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선방위는 이태원 참사, 류희림 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관련 보도까지 심의·징계했다. 선방위는 4일 MBC가 2월에 보도한 ‘ [단독] 윤석열 대통령 장모 ‘3·1절 가석방’ 추진…이달 말 결정’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또 MBC 등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관계인 특정 언론에 징계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의 뉴스데스크, '신장식 뉴스하이킥' '김종배 시선집중' 등이 9건의 중징계를 받았고, CBS ‘박재홍의 뉴스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도 각각 2건의 중징계를 받았다. 전국언론노조 이호찬 MBC지부장은 “선방위가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하고 있고, 집권 여당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장은 "선방위 징계가 언론 전반의 보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선방위가 '김건희 특검'을 언급하며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행정지도(권고)를 내리자 '김건희 특별법'이라 불렀던 다른 방송사들도 모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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