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강백호’ 더 이상 농담이나 실험 아니다… kt 승부수 던졌나, 포수 출전 빈도 늘어나나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는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 팀의 주축 야수인 강백호(25‧kt)가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이다.
강백호는 지난 3월 31일 대전 한화전 당시 포수 마스크를 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포수로 활약하며 투·타 모두에서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프로에서는 외야수와 1루수를 봤다. 포수 출전이 두 차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이벤트성이었다. 그런데 3월 31일 경기에 포수를 봤고, 이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의 이야기는 꽤 긍정적이었다. 선수 자신도 포수 포지션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런 강백호는 2일 수원 KIA전에서도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1-5로 뒤진 8회, kt는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강백호를 포수 포지션에 넣었다. 아직은 포수 장비를 착용한 모습이 어색한 강백호는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 2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4일 수원 KIA전에 앞서서도 일찌감치 나와 포수 훈련을 소화하며 이 포수 실험이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4일 강백호의 포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강백호의 포수 실험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향후 장기적인 팀 구상을 바꿀 만한 파급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백호가 4일 경기에 앞서서도 포수 훈련을 한 것은 이와 연관이 있었다. 물론 이 감독은 당장 강백호가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준비와 테스트를 거쳐 이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면, 팀 야수진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1루나 외야 수비에서 다소간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강백호의 심리적인 측면에도 해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백호는 그간 탁월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은 자타가 공인했다. 강백호는 신인 시즌이었던 2018년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고졸 신인답지 않은 파워풀한 스윙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116경기에서 타율 0.336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129경기에서 0.330의 고타율과 함께 23홈런을 기록하며 3할과 30홈런, 그리고 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다만 그에 비해 수비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강백호는 데뷔 초기까지만 해도 좌익수나 우익수 등 코너 외야를 맡았다. 다만 타구 판단 등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자 kt는 2020년 강백호를 1루로 옮겼다. 이는 강백호의 수비 부담을 줄여줌은 물론, 전략적인 판단도 있었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주전 1루수감이 부족한 상태였다. 박병호가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나면 그 다음이 마땅치 않았다. 리그의 젊은 1루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kt는 강백호가 1루에 자리를 잡으면 2020년 도쿄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강백호가 대표팀에 자주 선발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여겼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강백호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강백호는 1루 전향 후 공격에서 여전히 좋은 생산력을 보여주며 힘을 냈다. 하지만 1루 수비에서는 나름대로의 벽이 있었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이 FA 1루수 박병호를 영입하자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이 또 애매해졌다. 강백호가 지명타자 자리를 완전히 꿰차면 다른 선수들의 휴식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강백호가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타격 성적까지 떨어지자 강백호를 지명타자에 고정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박병호를 뺄 수는 없었다. kt의 딜레마였다.


게다가 kt는 포수진이 문제였다. 2015년 트레이드로 입단한 이후 kt의 주전 포수는 줄곧 장성우였다. 장성우는 안정적인 투수 리드 및 수비력, 그리고 일발 장타를 앞세워 kt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관리함은 물론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kt도 고민에 빠졌다. kt는 그간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고 또 드래프트하며 백업 포수진 보강과 장성우 다음을 생각했지만 이 문제가 쉬이 풀리지 않았다. kt의 문제를 아는 다른 팀들이 포수 트레이드에 쉽게 응할 리도 없었다. 당연히 비싼 값을 받고 싶어 하는 게 상대팀의 심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강백호가 포수 자리에 적응한다면 kt로서는 이득이 크다. 물론 아직은 캐칭이나 도루 저지, 수비 등에서 더 훈련이 필요하다. 패스트볼은 그냥 잡을 수 있어도 변화구는 조금 더 감각이 회복되어야 한다. 블로킹은 오랜 기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세포를 깨워야 한다. 패스트볼이라고 해도 요즘은 커터나 싱커와 같이 좌우로 살짝 꺾이는 구종들이 많아 캐칭이 쉽지 않다. 당장은 지명타자로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 막판에 포수로 들어가면 지명타자 포지션이 소멸돼 투수가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엔트리 운영이 어려워 길게는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강백호가 자리를 잡으면 당장 포지션 문제가 정리가 된다. 단순히 강백호가 선발 포수로 뛴다면 박병호 문상철 강백호가 모두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고, 외야 한 자리에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들어간다. kt 라인업의 교통정리가 이뤄진다. 시너지 효과도 난다.
여기에 장성우의 휴식 시간도 관리할 수 있다. 장성우는 KBO리그 주전 포수 중 가장 출전 빈도가 많은 선수 중 하나다. kt에 마땅한 백업 포수가 없는 것과 연관이 있다. 김준태 강현우 등이 있지만 이 감독의 성에 100% 차는 건 아니다. 강백호가 기본적인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당분간은 포수로 만들어지기까지 다소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완성된 포수 강백호가 주는 기대 효과는 크다. 그 결말에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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