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과 전공의 대화 ‘2시간째’…의대 증원 백지화와 복지부 사과 핵심 쟁점
수련환경 개선 사법 리스크 완화 시범사업 도입
“의대 증원 1년 유예 받아들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2시부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이 마주 앉은 것은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지 44일 만이고 윤 대통령의 대화 제안 이틀 만이다. 전공의들은 대통령을 만나 지난 2월 발표한 ‘7대 요구안’을 강조하기로 한 가운데, 이 요구안이 어떤 내용이고, 또 윤 대통령이 요구안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 윤 대통령과 만남을 알리며 “대전협 성명서와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이후 공지문을 통해 “지난 2월 20일에 작성한 성명문의 요구안을 재차 강조해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언급된 성명서와 요구안은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지난 2월 21일 새벽 발표한 내용이다.
이들은 그 당시 70여개 수련병원 대표 명의로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와 수련환경 개선 등을 골자로 한 7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서 발표 이후 박 위원장의 근황 등을 때때로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릴 뿐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 당시 성명서에는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 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부당 명령 철회와 사과,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개 요구안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부당 명령 철회와 사과 등을 제외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4대 정책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는 대통령 산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특위에서는 구체적 의사 결정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 추진 전략을 마련하게 된다.
전문의 채용 확대는 국립대 의대 전임 교수 채용 확대와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 2월 29일 오는 2027년까지 의과대학 전임교수를 1000명까지 증원하겠다고 발표하고 각 대학별로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정부는 사립대 의대 교수 채용을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수련 환경 개선과 의료 사고에 대한 대책 등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공의 연속근무를 36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법이 통과됐고, 올해 상반기 시범사업 형식으로 도입된다. 사립병원이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도 정부 정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고, 소송 이전에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의료분쟁 조정·감정 제도의 혁신도 추진 중이다.
이날 대통령과 전공의 대화에서 양측이 타협을 이루는 데에는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와 집단 이탈에 대한 처벌 철회 정부의 사과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뜻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 숫자는 조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담화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달라”며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의료계는 대통령실이 이날 대화를 통해 증원 숫자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닌 ‘의대 증원 1년 유예’ 정도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켜 ‘의대 증원 2000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환자 단체, 대학까지 1년 동안 논의해보고 증원을 결정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의대 증원 정책을 유예하게 된다면 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핵심 인사의 사과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의 미흡한 행정 처리로 사회적 혼란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도 중환자들을 내버려두고 일시에 현장을 떠난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대통령이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들어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전격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1년 미룬다고 해서, 정부가 의료개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에 매몰돼,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의료 개혁을 후퇴하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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