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후보 "비혼출산 지원, 결혼 안해도 함께 산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아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인구소멸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지 벌써 5년째다. 출생아수는 매년, 매달 '역대 최저'라는 타이틀로 보도된다. 지난해 집계된 출산율은 0.72명. 여성 한 명이 평생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것으로,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남녀 커플 두 쌍, 그러니까 여자 둘 남자 둘 총 4명의 성인이 아이 한 명을 겨우 낳는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해야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지방소멸과 국가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얼마나 될까. 베이비뉴스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물었다. -편집자 주
-저출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후보님이 생각하는 가장 큰 저출생 원인은 무엇입니까?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선택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과도한 노동시간과 치솟는 자산가격으로 인한 자산격차, 주거불안은 청년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은 언감생심이고 '내 한 몸 돌보기도 힘든 세상'이라는 인식을 강화합니다. 30년째 OECD 1등을 유지하는 성별임금격차와 뚜렷한 'M자 곡선'은 여성들이 일과 출산 사이에서 갈등하게 하는 구조적 원인입니다. 정상가족에 대한 경직된 관념은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결부시킵니다. 경제적 불평등, 성 불평등, 개인화된 돌봄, 경직된 가족제도의 문제가 얽혀 극단적 저출생이라는 형태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진작에 풀었어야 할 차별과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며 발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입한 저출생 예산이 28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잘못 쓰인 예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280조원 저출생 예산'이라는 추정 자체가 상황을 호도하는 면이 있습니다. 해당 예산에는 저출생 대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택공급 정책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의제와 상관없는 다른 사업의 예산을 저출생 사업으로 분류해 액수를 뻥튀기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폐해이기도 합니다. 현재 직접적인 가족 지원 관련 예산을 따져보면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그칩니다. 예산의 절대 수준은 결코 높지 않고, 특히 돌봄 관련 예산은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앞서 저는 극단적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누적된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 앞에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투명한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제시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생 예산을 비롯한 복지 확대에 쓸 재원에 대한 책임감 없이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 골몰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후보님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할 공약이 있으신가요?
"대한민국의 저출생 심화는 한두 가지 정책을 통해 해결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아동수당 대상과 금액을 늘리고, 출산시 현금성 지원을 주자는 정책들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방향성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을 이제는 반드시 관철해야 합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어 안정적인 저출생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의 출산이 곧 경력단절을 의미하지 않도록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성별임금격차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지역 차원에서 육아휴직자에 대한 대체근무인력을 공급하는 공공돌봄센터를 만들겠습니다. 이제는 결혼이 반드시 출산의 전제조건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비혼출산을 지원하고, 함께 살면 누구나 가족으로 인정해 국가가 가족 단위로 제공하는 돌봄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겠습니다."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새로 출범할 제22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약간 의아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저출생 정책으로 온갖 현금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작년과 올해에 두 당이 한 일은 향후 5년간 무려 89조 원의 세금을 깎아준 것입니다. 나라 곳간이 비었는데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정책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선거를 앞둔 양당의 '묻지마 부자감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결혼하기를 꺼려하는 청년,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후보님께서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은?
"우리 청년들은 시간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에 지금의 우리는 내 한 몸 돌보기도 너무 바쁩니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두렵게 느껴집니다. 차별과 불평등, 기후위기 속에 내 아이를 잘 키우고 그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바로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 녹색정의당을 지지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 청년에게 사랑할 시간을 돌려주는 정치, 꼭 결혼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 가족이 되어 동거와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정치, 차별과 불평등, 기후위기로부터 미래의 어린이들을 지키는 정치가 녹색정의당의 정치이고 장혜영의 정치입니다. 사랑이 두렵지 않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주세요."
-[알림] '4.10 총선, 저출산 공약을 묻다' 기획연재 시리즈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편집국 pr@ibabynews.com ▶4.10 총선특집 기사: vote.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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