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엔 치킨, 한식엔 막걸리"…주류 사업 넘보는 교촌

전다윗 2024. 4.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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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목표로 막걸리 공장 착공 …수제맥주에도 도전장
공략 난이도 높은 주류 시장…결국 제품 자체 경쟁력 키워야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이번엔 막걸리다. 교촌에프앤비가 수제맥주에 어어 두 번째 주류 사업 아이템으로 막걸리를 낙점했다. 교촌은 술을 본업인 음식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두 사업이 교촌의 생각처럼 '페어링' 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자사 매장과 연계한 이벤트성 제품을 넘어 시장에 안착하려면, 결국 시장 선도 제품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하수 막걸리와 메밀단편 반상 메뉴. [사진=교촌]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촌은 최근 경상북도 영양군 일대 2000평 규모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발효단지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해당 부지는 관계사인 '발효공방1991'의 영양백년양조장 인근이다. 오는 2025년 완공이 목표로, 이곳에선 발효공방1991의 막걸리 브랜드 '은하수 막걸리'가 본격적으로 생산될 계획이다. 연간 생산 규모를 기존 4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경북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양백년양조장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15년 설립돼 3대가 100년 넘게 막걸리를 빚어온 양조장이다. 한때 날개 돋친 듯 팔렸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등장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8년엔 결국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교촌은 영양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폐업한 양조장을 복원해 지난 2022년 농업회사법인 발효공방1991을 설립하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발효공방1991이 제조하는 은하수막걸리는 영양백년양조장의 '감향주'를 현대화한 제품이다. 물, 쌀, 누룩 외에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만들었다. 깔끔한 청량감이 특징인 도수 6도 제품, 원재료 함량이 높고 걸쭉한 도수 8도 제품 2종류로 구성됐다. 현재는 경상북도 영양 지역 내 로컬푸드 매장 등 현지 매장과 서울 이태원 '교촌필방', 여의도 '메밀단편',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 등에서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제품 제조 공간이 협소한 탓에 생산되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촌은 발효단지 완공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은하수 막걸리 판매 채널을 확대할 방침이다.

교촌에프앤비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이 출시한 수제맥주 3종. [사진=교촌]

교촌이 주류 사업에 손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번째는 수제맥주였다. 지난 2021년 5월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해 수제맥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곁들여 먹는 페어링 트렌드를 겨냥했다. 주력인 치킨과 어울리는 수제맥주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봤다. 막걸리는 치킨 이후 '넥스트 스텝'으로 생각하는 외식 사업과 궁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교촌은 최근 오픈한 메밀단편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식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다만 교촌의 주류 사업은 아직 첫발을 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수제맥주와 막걸리 모두 교촌이 운영하는 직영점이나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촌 주류 제품들의 인기가 상당한 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지만, 가정·유흥 채널에 직접 제품을 납입해 경쟁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주류 시장은 소비자들의 특정 제품 충성도가 유독 강한 시장이라 후발주자들이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당, 술집 등 유흥 시장에 신제품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건 업계 잔뼈가 굵은 기업들도 어려워하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제품 자체 경쟁력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시장 1, 2위 사업자와 비교해도 특장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간, 특정 장소 등에서 이벤트성으로 한정 출시된 상품이 반짝인기를 끄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인기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다"며 "가령 편의점 수제맥주의 경우 이색 콜라보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으나, 결국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며 시장 자체가 침체된 분위기다. 두 번, 세 번 재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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