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베’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이유

김상윤 기자 2024. 4.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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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유튜브 갈무리

“나경원 후보는 뭐, 별명도 있는데 ‘나베’ 이런 뭐 별명도 불릴 정도로 사실은 국가관이나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은 분이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를 가는 길 유튜브 생방송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베’는 이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합친 것으로 야권 지지자들이 나 후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나도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자위대, 천황 문제에서 일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야권 지지층은 나 후보가 2004년 서울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나 후보에게 친일 딱지를 붙이고 ‘나베’ 멸칭을 만들어 퍼뜨렸다.

여기에 최근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일본어로 나베(なべ)가 냄비라는 점에 착안해 성적 의미까지 담아 비하하고 있다. 냄비는 여성을 가장 속되게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다. 지난달 민주당 지지자들이 류삼영 동작을 후보가 발을 들어 올린 사진과 함께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란 문구가 들어간 홍보물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됐다. 그러자 류 후보 측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상대 후보를 비하하는 내용 유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를 일 없는 제1야당 대표가 여성 혐오의 표현까지 덧씌워진 ‘나베’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린 것이다.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냄비 홍보물’ 사건 이후엔 제1야당 대표가 이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이 대표는 ‘나베’가 별명이라고 했는데, 사실 별명으로 치면 이 대표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에선 이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 사건 등으로 인한 각종 멸칭이 수없이 돌아다닌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 묻고 싶다. 이제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한 멸칭을 불러도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정말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렇게 낮아져도 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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