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당기시오 미시오

강필희 기자 2024. 4.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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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구별법을 다뤘다.

'당기시오'라고 적힌 문을 밀고 나가는 사람은 100%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문은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안여닫이문(당기는 문) 밖여닫이문(미는 문) 미닫이문 회전문 등으로 구분된다.

문을 당기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문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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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구별법을 다뤘다. ‘당기시오’라고 적힌 문을 밀고 나가는 사람은 100%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콩고 출신 방송인 조나단도 이런 한국인 습성에 공감하면서 “귀화시험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기자가 애용하는 편의점 출입문에는 ‘밀지 말고 제발 당겨주세요’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생각 없이 문을 밀어 젖히면 문턱에 받혀 유리 파손 우려가 있는데도 손님들이 무신경하다며 사장은 투덜댄다.


문은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안여닫이문(당기는 문) 밖여닫이문(미는 문) 미닫이문 회전문 등으로 구분된다. 어떤 문을 설치할 지는 ‘대피 편의’와 ‘사생활 보호’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문화·집회·종교·위락시설이나 장례식장 등은 안여닫이를 출입문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밖여닫이나 양방향 혹은 회전문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을 당기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문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반대로 화장실 변기칸이나 주택 내 개인방은 거의가 안여닫이다. 은행은 강도의 도피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출입구에 안여닫이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기시오’라고 적힌 문을 밀어서 열었다가 사람을 사망케 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충남의 한 건물에서 1층 출입문을 안쪽으로 당겨야 함에도 밖으로 밀었다가 문밖에 서 있던 노인을 충격해 넘어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노인은 뇌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부주의하게 출입문을 열다 피해자를 충격해 상해를 입게 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고, 대법원도 같은 의견이었다.

우리는 당기라고 돼 있는 문을 왜 자꾸 밀고 싶을까. 심리학자나 관련 전문가 분석을 보면, 우선 미는 행위는 사람이 진행하는 방향과 같기 때문에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또 미는 동작은 당길 때보다 힘이 덜 든다. 문을 밀 때는 힘을 살짝 체중에 싣기만 해도 되지만, 당기려면 일단 멈춰 서야 하고 팔 뿐만 아니라 등근육에 반대 방향의 완력을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기라고 써 있어도 밀면 밀리는 문이 많다. 그러나 안내문을 무시한 결과가 다른 이의 피해로 이어지면 이런 변명이 끼어들 틈은 사라진다. 당기라면 당기고 밀라면 미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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