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총선 이후가 걱정이다

박창억 2024. 4.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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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與 참패, 野 대승’ 예고
‘조국 현상’ 토양도 尹정부가 제공
향후 극단의 대결정치 펼쳐질 듯
조기 레임덕에 국정 표류도 우려

대세는 기울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힘의 참패,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을 점친다. 양당 자체 분석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전체 103석에 그쳤다. 그때와 엇비슷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내일부터 22대 총선의 사전 투표가 진행된다. 사전 투표가 진행될 때면 이미 표심은 굳어진다. 경천동지할 이슈가 터지지 않는다면 10일 선거일까지 현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일 논란인 민주당 후보들의 재산·막말 문제가 막판 변수다. 그러나 전체 판을 뒤흔들지는 의문시된다.

한때는 ‘정권 심판론’과 ‘거야(巨野) 심판론’이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거야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야당은 입법 독주를 일삼고 탄핵을 남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들고나온 ‘운동권 심판론’도 유용해 보였다. 그러나 국민은 윤 정부 심판이 우선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일관되게 ‘정부 심판론’이 ‘정부 지원론’을 압도하는 데서도 민심은 확인된다.
박창억 논설위원
‘정부 심판론’의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가장 부각된 이미지는 오만과 불통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을 보며 국민은 모멸감을 느꼈다. 그래서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변한 게 없다.

작년 11월 김건희 여사 디올 백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두 달여간 침묵했다. 지난 2월 초 KBS 대담에서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결국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문제가 터졌다. 어떻게 피의자를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해 출국시키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은 강서구청장 공천 때와 비슷한 분노를 느꼈다. 국민의힘에서 그토록 사퇴를 권유했지만 번번이 타이밍도 놓쳤다. 황 전 수석은 6일 만, 이 전 대사는 25일 만에야 물러났다. 이미 민심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뒤다.

이번 총선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조국혁신당 돌풍’이다. 내로라하는 정치전문가도 조국당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조국은 입시비리 등으로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다. 비례대표 후보들 절반은 ‘범죄 혐의자’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국민 선택을 받기 힘든 정당이다. 그런데도 비례투표 의향 조사에서 20% 후반대를 다투고 있다. 54분 만에 200억원 선거비용 펀드를 모금했다. 호남에선 조국의 대권주자 선호도마저 급등했다.

‘조국 현상’의 토양은 윤 정부에 대한 응축된 실망과 분노가 제공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서 김 여사 등 가족에게 조국과 동일한 잣대를 댔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을 얼마나 지켰는지 반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과 같은 배경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정국 대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21대 국회의 전쟁 같은 정치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경노선을 밟을 것이다. 총선 공천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걷던 비명(비이재명)계는 사실상 소멸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공세는 더 거칠 것이다. 이재명과 조국은 윤 대통령에게 핍박받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이미 공공연히 “윤석열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다. 조국은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한다. 다음 국회가 더 악성의 진영 정치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한다.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 정권은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아 레임덕에 빠지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민의힘에서 윤 대통령을 비토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어제 취소하긴 했지만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는 그제 “윤석열 탈당”을 주장했다. 총선 패배 후에는 여당에서 ‘축출’ 얘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공직사회도 동요할 것이다. 집권세력이 흔들리면 국가 과제들도 표류한다. 이 혼돈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총선 이후가 걱정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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