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척 실시간 운항 정보, 300인치 화면에 ‘촤르륵’
경로·속도·거리·연료 상황까지
고객사도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
지난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 6층 정면 중앙에 위치한 ‘디지털 관제센터’로 들어서자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로테르담, 그리스 아테네, 서울의 현재 시간이 표시된 벽면에 300인치 초대형 화면이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급한 스마트십 솔루션(ISS) 등 디지털 솔루션이 장착된 선박 430여척의 실시간 운항 정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디지털 관제센터는 엔진 등 선박기기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본선에 알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항경로·속도·거리·연료소모량 등 선박의 상세 운항정보, 최적 운항경로 분석 등은 고객선사가 온라인으로 접속해 언제든지 받아볼 수 있다. 선박의 성능과 날씨 등 실시간 조건에 따라 어떤 항로가 유리한지는 물론, 선박에 붙은 이물질 때문에 생기는 저항 탓에 연료소모량이 얼마나 늘었는지까지 그래프로 제공해준다.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날 상장을 앞두고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마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고 소개했다. 선박의 유지·보수와 선박용 디지털 플랫폼 공급, 친환경 개조, 벙커링(연료유 공급)까지 선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현대중공업의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해 ‘현대글로벌서비스’로 출범했다. 선박 유지·보수 사업인 애프터마켓(AM) 사업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웠고, 환경규제 강화에 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업황의 영향이 큰 조선업과 달리 AM 시장은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친환경 규제 강화로 운항 중인 선박을 개조하거나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매출은 2017년 2403억원에서 지난해 1조4305억원으로 6년 만에 6배 늘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이날 “5년 안에 매출을 현재의 2배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다음달 16~22일 수요예측, 25~26일 일반청약을 거쳐 5월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기업공개는 승계를 앞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정 부회장은 선박 유지·보수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HD현대마린솔루션의 독립을 적극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은 회사이자 현재 지주사를 제외한 계열사 중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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