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착시효과…반도체만 살고, 나머지 침체

박상영 기자 2024. 4. 3.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상장사 181곳 실적 전망
전체 영업이익 규모 56% 급증
삼성전자 흑자 5조원 이를 듯
SK하이닉스도 1조 이상 이익
2차전지·화학 등 대다수 부진
‘2.2% 성장률’ 달성도 ‘먹구름’
정부 “나프타 면세 연장 추진”

국내 주요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50% 넘게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가격 안정화로 한국전력이 흑자로 전환된 데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개선된 데 따른 영향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을 제외한 2차전지·석유화학·철강 업종 기업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경향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가 있는 주요 상장사 18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46조8399억원으로 전년 실적(30조214억원) 대비 5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데는 한전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분기 6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던 한전은 LNG 가격 안정화로 올해 1분기에 2조4561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예상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한 점도 주효했다. 2023년 1분기 3조40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1조4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6402억원에서 4조9547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됐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PC·모바일 재고가 줄며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2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회사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79개 회사는 오히려 실적이 전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차전지 업체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 가격 등의 영향으로 북미, 유럽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77.3%(4121억원), 35.4%(1329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 부진에다 중국과 일본산 철강 수입이 늘면서 현대제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9.2%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1분기 2714억원의 흑자를 거뒀던 한화솔루션이 올해 1분기에는 855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산 태양광의 저가 공습에 국내 태양광 시장마저 붕괴하면서 관련 매출이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석유화학 산업 침체도 매출 감소폭을 키운 요인이 됐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석유화학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LG화학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66.0%(4559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이 1302억원에서 651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은 -262억원에서 -765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강경성 1차관 주재로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존 범용제품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 고부가 정밀화학 및 친환경 제품으로 신속히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산업부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관세 면제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세제당국과 협의하겠다”며 “샤힌 프로젝트 등 석유화학 대형 프로젝트의 적기 준공을 투자지원 전담반을 통해 더욱 긴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업종별 온도차가 커 목표치로 제시한 2.2% 성장률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회복세에 힘입어 성장률 달성이 수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