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엔 싼 맛…‘못난이 사과’ 인기[금주의 B컷]
“일곱 개에 만원. 나중에 한번 더 보고 가세요.”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았다. 시장을 둘러보며 요즘 ‘금사과’라 불리는 사과 가격을 유심히 살펴봤다. 한 매대의 크고 둥근 제수용 사과 앞에는 ‘1개 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앞에 멈춰 서는 손님은 없었다.
시장 한쪽 사과가 가득한 가판대 앞에서 시민들이 분주하게 사과를 고르고 있었다. 이들은 사과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듯 신중했다. 그렇게 한참을 골라낸 사과를 상인에게 건네고 지갑에서 1만원권을 꺼냈다. 사과가 유독 저렴해 상인에게 물었다. “상처가 있지만, 맛도 있고 먹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는 ‘못난이’ 사과입니다.” 이어 상인은 “선물용이나 제사용 사과는 흠집 없는 비싼 것을 구매하지만, 가정에서 깎아 먹거나 갈아 먹는 건 비교적 저렴한 사과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제야 껍질에 난 상처들이 보였다. 못난이 사과는 일곱 개 1만원에 팔렸다. 상인은 “기존에 열 개를 5000원에 판매했는데, 요새 사과가 귀해 못난이 사과도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24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88.2%, 배는 87.8% 상승했다. 사과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1월, 배는 1975년 1월 이래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기록적인 사과값 상승에 못난 사과가 인기 만점이 됐다.
사진·글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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