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직원들 사망에…이스라엘 “오폭”
알자지라 “고의 분명”…미·영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
이스라엘군이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을 공격해 7명이 사망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WCK를 포함한 상당수 구호단체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던 일을 중단했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으나 벌써부터 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WCK에 이어 협력 기관인 ‘아네라’도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WCK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활동가 6명과 팔레스타인인 운전사 등 7명이 사망하자 구호 활동을 중단했다.
아네라는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 하루 평균 약 15만끼의 음식을 제공해왔다. 스티브 페이크 아네라 홍보담당관은 “WCK 차량에 대한 노골적인 공습으로 직원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우리 직원의 안전이 확보돼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과거 어느 분쟁보다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제개발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구호단체 보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인용해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구호 활동가는 203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엔도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활동가 196명이 숨졌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른 전쟁과 비교해 구호 활동가가 사망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가자지구 인구 밀도가 다른 분쟁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데다, 특히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야전 지휘관들이 병력 통솔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오폭의 원인이 기강 해이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호단체들의 활동 중단 피해가 고스란히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미친다는 점이다. AP통신은 “가자지구 기아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유엔 등은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고 단계의 식량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족들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호주 국적 활동가 조미 프랭크컴 가족은 가디언에 “그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빈 친절하고 이타적인 사람이었다”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조사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책임자는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면서 “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민 3명이 사망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조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은 실수일 뿐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군 내부에 독립된 조사기구를 만들어 수일 내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목격자 증언, 현장 이미지 등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이스라엘군이 의도적으로 WCK 차량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이스라엘은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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