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표적 삼아 조준 사격했다”
“카메라와 총 탑재된 드론으로 민간인 무차별 공격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명분으로 6개월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어린이를 조준 사격하는 등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는 의료진 증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희생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로 삼은 데 따른 ‘부수적 피해’이며 고의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런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무분별한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은 가자지구 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외국인 의사 9명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와 드론의 고의적인 ‘조준 사격’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후 많은 민간인이 폭격에 따른 건물 붕괴와 매몰, 폭탄 파편에 의한 외상·화상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직접적인 ‘정밀 조준 사격’으로 인한 희생자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며 민간인을 고의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가자지구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들은 총상의 종류와 위치,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긴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의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고 증언했다. 지난 1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유럽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미국인 의사 바니타 굽타 박사는 5~6세 소녀 등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어린이 3명이 한꺼번에 병원에 이송되는 등 총상을 입은 어린이와 노인을 다수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의료단체 메드글로벌의 자원봉사자로 남부 나세르병원 응급실에서 3주간 일한 미국인 의사 타에르 아흐메드 박사도 “지난 10년간 미국 외상센터에서 진료한 것보다 3주간 나세르병원에서 소아 외상환자를 더 많이 치료했다”면서 “무작위적 총격이 아니라 저격수의 조준 사격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 전문가그룹 역시 “이스라엘군이 피란길을 떠나는 어린이들을 포함해 노인, 여성 등 비무장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초법적 살인을 저질렀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살해 당시 백기나 흰색 천조각을 들고 있었다”고 규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최근 이스라엘 군대가 ‘전투 지역’으로 선언한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민간인들을 겨냥해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일한 의료인들은 이스라엘군이 카메라와 저격용 총이 탑재된 쿼드콥터 드론(프로펠러 4개가 달린 드론)을 이용해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흘리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영국 외과의사 가산 아부 시타 영국 글래스고대학 총장은 “이는 저공 비행하는 저격용 드론으로, 우리는 쿼드콥터 드론의 사격으로 가슴과 목에 총상을 입은 환자를 20차례 넘게 받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은 이전에도 정보 수집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쿼드콥터를 배치했지만, 사격이 가능한 버전의 드론이 가자지구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 3만3000여명 중 3분의 1이 어린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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