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공장 중단에 공급망 타격 오나…“삼성 주주들도 관심 집중”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4. 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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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두번째 높은 6단계···피해 속출할 듯
건물 45도로 기울고 산사태에 교통마비
전문가 “향후 3~4일 여진 계속될 수도”
TSMC·UMC 생산중단에 글로벌 공급망 우려
3일 대만 동부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화롄을 지나는 쑤화고속도로의 화롄 다칭수이 터널 근처 지반 침하로 도로 상당 부분이 소실됐고, 충더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베이시 신뎬산구 한 마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엑스
연초 일본 열도를 불안에 떨게 했던 강진의 공포가 대만에도 덮쳤다. 대만은 비교적 지진이 잦은 지역이지만, 이번 강진은 25년만에 최대 규모여서 추가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만 중앙재난대응센터에 따르면 이날 정오기준 933건의 재난 신고가 접수됐으며 최소 7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 중앙 기상청은 이번 강진의 강도는 7단계로 나눠진 진도 계급 중 두번째로 높은 6단계라고 밝혔다. 이 정도 강진이면 보강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이 무너질 수 있고, 사람도 평형을 유지하거나 움직이기 힘들게 된다.

실제로 강진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화롄시는 하루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만텔레비전(TTV) 보도에 따르면 화롄 시 베이빈가의 5층 건물이 45도로 쓰러졌고, 화롄 중산쉬안위안 길목의 8층짜리 건물도 강진 여파로 기울어졌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건물 26채가 무너졌다. 구조대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창문 밖으로 사람들을 구출하는 급박한 모습이 TTV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주차된 오토바이들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린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으며, 방이 크게 흔들리고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담겼다.

산사태로 인한 피해도 컸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중 등산객 3명은 진앙지 인근 타로코 국립공원에서 산사태로 사망했다. 산사태와 낙하물이 산악 지역의 터널과 고속도로 차량을 덮치면서 도로가 끊기고 화롄시를 포함한 대만 동부 지역의 교통도 멈춰섰다. 또한 이날 대만 지역에는 강진이후 약 2시간 동안 30만 가구 이상이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지진 여파는 150km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에까지 미쳤다. 오래된 건물과 일부 신축 오피스 단지에서 타일이 지면으로 떨어져 파편이 됐고, 타이베이 국회 의사당 건물도 벽과 천장이 파손됐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켰으며, 여진이 계속되자 낙하물에 대비해 교과서로 몸을 가린 학생들도 있었다.

대만은 두 개의 지각판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 인접해 있어 비교적 지진이 잦다. 이번 강진을 포함해 2000년 이후 총 16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크고 작은 지진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이날 출근길에 울린 강진 경보에도 동요하지 않고 행동 메뉴얼에 따라 대피해 지나친 혼란은 야기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강진의 충격은 대만 시민들에게 유달리 컸던 것으로 보인다. 수도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시엔슈엔 켕은 “지진에 워낙 익숙하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며 “이번 강진처럼 격렬한 흔들림을 느껴본 적은 초등 지진 모의훈련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이번 강진은 1999년 9월21일 난터우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이른바 ‘921 대지진’ 이후로 최대 규모다. 당시 921 지진은 타이중시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당시 지진으로 2400명 이상 사망했고 1만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젠푸 대만기상서 지진예측센터장은 “진앙이 육지와 상당히 가까운 얕은 층이어서 대만 전 지역에서 지진이 감지됐다”며 “앞으로 3∼4일동안 규모 6.5~7.0 여진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중앙재난대응센터 설치할 것을 지시하면서 “국군은 지방 정부와 협력하여 구호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과 전력망에는 아직 피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대만의 국영 전력회사인 타이파워는 “대만 원자력 발전소 운영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만의 전력배전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TSMC 반도체 90% 현지 생산…공급망 타격 촉각
이번 강진과 여진으로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강진 발생 소식에 즉시 일부 생산라인의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 회사는 대만 북부와 중부, 남부 공장의 생산라인과 장비들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대만 타이난, 신주, 타이중 등지에 12인치 웨이퍼 팹(fab) 4곳을 가동하고 있다. 8인치 웨이퍼 팹 4곳도 타이난과 신주 지역에서 가동 중이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TSMC 생산능력에 지장이 생길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대만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

블룸버그는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입주해 있다”며 “정밀하게 만들어진 이들 기업의 반도체 장비는 지진으로 인한 단 한 번의 진동으로도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TSMC의 전체 반도체 생산량 중 90%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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