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와도 몰라봤을 아버지…76년 만에 뵙습니다”
유가족의 ‘아버지 생전 모습’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공개
유족 사연에 참석자들 눈물
유족회장 “치유센터 지원을”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울린 1분간의 묵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추념식은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추념식은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실내 행사가 고려됐으나 행사를 앞두고 비가 그치면서 예정대로 실외에서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추념사에서 “고통 속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크나큰 아픔을 감내해오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해 미진했던 부분을 한층 더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를 본원으로 승격해 전액 국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달라”면서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4·3 왜곡 행위 처벌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배우 고두심씨의 내레이션으로 4·3 당시 5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김옥자 할머니(81)의 사연이 공개됐다.
김 할머니는 가족들과 1948년 초겨울 제주시 화북 곤을동 마을로 피신했다. 김 할머니의 아버지는 집에 두고 온 소 걱정에 여물을 먹이고 오겠다며 나섰다. 하지만 그 길은 아버지의 마지막이 됐다. 아버지는 몇달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할머니 손녀 한은빈양(17)은 이날 무대에서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할머니는 새해 달력을 걸 때면 제일 먼저 음력 동짓달 스무날을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그날은 바로 까마귀도 모르는 시껫날(제삿날), 제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라고 하셨다”면서 “할머니의 가장 큰 슬픔은 이제 아버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아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만 꿈에 나와도 자신이 몰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김 할머니의 아버지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된 김 할머니의 아버지는 영상으로 등장해 “옥자야 아버지다. 오래 기다렸지? 이리 오렴, 우리 딸. 얼마나 컸는지 아버지가 한번 안아보게”라며 팔을 벌렸다. 김 할머니는 오열했고, 행사장을 찾은 유족들도 사연이 흐르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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