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추행, 학교 부실 대응…학생들 신분 노출돼 2차 피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간 성추행 사건이 학교 측의 부실한 대처 탓에 2차 가해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를 신고한 학생들의 신원이 가해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위협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신고하고 문제를 제기한 교사는 전보 처리됐다.
A중학교 성폭력 사안 관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학교 교장과 교사 등 학교 관계자와 중부교육지원청장 등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 피해 학생의 신원을 노출하는 등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이 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들이 작성한 고발장을 보면 A중학교의 상담부장으로 재직했던 교사 B씨는 지난해 5월 여학생 다수가 남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익명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학생 31명 가운데 29명이 다수의 남학생들로부터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접촉을 겪었거나 이를 목격했다고 적은 것이다. 피해 학생 중 6명은 학교폭력 신고서를 정식으로 작성해 제출했다. B씨는 교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B씨 측은 학교 측이 피해 학생들의 신원 노출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명·전수 조사를 시도하거나, 정규수업 시간 중에 피해 학생을 상담실로 부르는 등의 과정에서 피해 학생 신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이 피해를 신고한 학생이 누구이고 무슨 내용으로 신고했는지 들었다면서 피해 학생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 대체로 사실로 인정됐다. 서울시교육청 인권옹호관은 지난해 12월 A중학교에 “집단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될 개연성이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 학생 보호자의 조력이 없었다”며 “학교가 보호 의무 및 성폭력 사안 유의사항 등에 대해 미흡했다”고 통보했다. 이어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학교 차원의 대책 수립·이행 등을 권고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이 학교 교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교육청 등에서 특별장학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학생 상담도 마쳤다”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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