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당 대표 빠진 4·3 추념식…“희생자 위로 거부” 비판
한동훈 위원장도 불참…이념 갈등·분열상 계속 이어져
야 “여권, 통합 책무 외면…제주도민은 동료시민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거행된 4·3 희생자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했다. 야당은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을 보듬길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하면서 추념식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모두 빠진 채 열렸다.
한 위원장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희생된 모든 4·3 희생자분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 평생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내용을 담은 추념사를 낭독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제75주기 추념식에선 윤 대통령 추념사를 한 총리가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제74주기 추념식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 추념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추념사에서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의 첫 추념식 참석이 이뤄질지 주목됐지만 취임 후에는 2년 연속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불참 당시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이 적절한지는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고민”이라며 “올해(2023년)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진영에 따라 대통령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여부가 갈리는 분열상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건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3차례 참석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은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좌우 이념 갈등과 국가폭력의 상징인 4·3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 직접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도 무산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선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불참한 데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은 앞장서 이념전쟁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더니, 2년째 4·3 추념식에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동료 시민을 그토록 강조해온 한 위원장의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제주도민은 정부·여당의 동료 시민이 아닌지 묻는다”고 밝혔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스물세 차례의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선거운동과, 수십 번의 유세장에서 외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 진심이었다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추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대구·경북의 대통령인가”라며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할 시간은 있고 제주도민들 4·3사건을 추모할 시간은 없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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